각 교단 장애인 선교에 무관심 ... 전담부서조차 없어
상태바
각 교단 장애인 선교에 무관심 ... 전담부서조차 없어
  • 이현주
  • 승인 2008.04.14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의 달 특집-2] 각 교단 장애인 정책 진단
▲ 창동 염광교회는 장애인주일에 성도들이 직접 장애 체험 행사에 참여한다.

 

자체적으로 장애인주일 제정한 곳 2~3교단 불과

소수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교회의 본분 되찾아야


한국사회에 장애인 인권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1980년 대 들어서다. 세계 장애인의 해가 유엔의 권고에 따라 지켜지기 시작한 것이 1981년으로 이 때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제정했다. 유엔의 장애인의 날 제정에도 한국사회는 장애인 문제에 둔감했지만 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 등 다양한 관심이 이어졌다.


한국교회는 1989년 장애인올림픽이 열리던 때를 기점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장애인주일을 제정했다.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교단차원에서 장애인주일을 권고하는 곳은 5개 교단에 불과하다. 사실상 교단차원의 장애인 선교 정책이나 위원회를 찾아보기 힘들다. 교단 실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교회의 장애인 선교 분위기는 더욱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장애인주일을 지키는 교단은 예장 통합과 감리교, 기장, 합동 등이다. 이 가운데 일부 교단은 교회협의 장애인주일 연합예배에 참여할 뿐 자체적인 장애인주일 제정이나 적극적인 정책 또는 지침이 지역교회로 내려가지 않는다.


도원동교회 이계윤목사는 “88년 이후 정부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교회는 원시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만 되풀이 한다”고 지적했다.


교단별로 장애인선교 현황을 살펴보면 진보적인 성향의 기장의 경우, 인권과 평화통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만 교단의 장애인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오히려 80년대 교단 인사들을 중심으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태동시키는 등 사회적인 장애인 인권문제 해결에는 앞장 서 왔지만 교회적으로는 이렇다 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구세군도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 교단 내부 사회부 복지주일을 통해 사회복지 전반을 통합해서 예배를 드리고는 있지만 장애인 부서 운영이나 별도의 주일예배는 지키지 않고 있다. 구세군 관계자는 “교회협 장애인 소위원회 활동에는 참여하지만 교단차원에서는 사회부가 모든 일을 통괄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감리교는 2004년 장애인선교위원회를 구성했다. 연수제일교회 등 모범사례에 힘입어 선교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장애인주일예배를 지역교회까지 확산하는 일도 힘겨운 상황이다.


예장 합동은 보수교단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2006년 91차 총회에서 장애인 주일 제정안을 통과시켜 지난해 첫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장애인주일에 대한 취지와 효과를 살릴만한 추가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교단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기 보다 전무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장애인선교정책이 가장 잘 시행되고 있는 예장 통합의 경우 교단 사회봉사부 산하에 장애인 부서와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를 두고 있다. 협의회에는 각 부문별 장애협의회가 구성되어 있다.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장애의 특성별로 선교협의회를 운영하면서 필요한 정책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회봉사부 관계자는 “장애인 선교에 있어서는 예장 통합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종 실태조사와 교회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 지침 등이 수차례 전달된 바 있고 올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발효에 따른 교회의 목회적용방안을 담은 예배자료를 전국교회에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예장 통합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는 타 교단에서도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예장 합동이 장애인주일을 제정하던 2006년 총회 때 통합은 장애인복지선교지침서를 총회차원에서 채택했다.


장애인선교지침서는 “장애는 모든 인간의 문제”로 규정하고 “장애와 무관한 사람과 사회는 존재할 수 없고 장애를 배제하는 사회 영역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며 평등권을 주장했다.


이 선교지침서는 나아가 교회가 장애인을 섬기는 것이 시설방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오히려 교회는 지역사회 내에 더불어 살고 있는 재가 장애인을 중심으로 장애인 복지선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회 내 장애인 부서 설립운영과 편의시설설치, 상담실 운영, 장애인 초청행사, 장애인 가족프로그램 등을 실천과제로 제안했다.


2년이 지나 2008년 장애인의 달을 맞이한 통합총회는 가장 먼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효력에 대해 알리며 교회가 전도와 선교, 친교와 봉사, 목회 등 각 영역에서 시정해야할 장애인 차별문제를 상세히 전달했다. 이 내용은 120페이지 분량의 책자로 제작돼 추가로 전달될 예정이다.


통합총회가 이처럼 장애인 선교정책 마련에 앞서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했다. 통합총회 산하 교회에 장애인들이 있고 장애인들의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교회협의회 황필규국장은 “지역교회에 장애인 성도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장애인 부서가 설치된 교회들이 있었고, 농아인교회 등 특성화된 장애인 교회들이 운영되고 있어 그들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구성하다보니 구체적인 장애인 복지와 선교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장애인 목회자와 성도들이 직접 교단의 장애인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다른 교단은 장애인이 없어서 정책도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황목사는 바로 이 점이 장애인 선교의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교회가 소수 약자의 예배권 보장을 위해 수화통역을 할 경우, 교회 안에서는 “청각장애인이 없는데 무슨 수화통역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역으로 장애인들은 마땅히 예배드릴 곳을 찾지 못하다가 수화통역을 해주는 교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무형의 장애인성도를 배려한다면 미리 하나하나 시스템을 구축해 놓는 것이 옳은 해답일 수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장애인 선교 현주소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 교회들이 소수 약자가 아닌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문턱 높은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황필규목사는 “교회가 장애인선교에 먼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며 교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며 “장차법을 계기로 교회의 장애인선교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발견될 경우, 피해 당사자인 장애인이 직접 법원이나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할 수 있다. 만일 교회에서 차별사례가 확인될 경우, 교회는 즉시 시정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황목사는 “교회 안에서 소수자의 권리를 찾는 일은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며 “많은 교회들이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무관심도 차별의 하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계윤목사 역시 “장애인이 있고 없고를 떠나 총회 기구 안에 장애인 복음화를 위한 선교부서를 설치해야 하며 전담부서는 노회와 교회까지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작은 자 한 사람을 찾아오신 예수님처럼 장애인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데 장애요소가 있다면 기꺼이 제거해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교회가 정부나 기업보다 앞선 장애인 정책으로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