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도 5%, 교회는 과연 이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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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성도 5%, 교회는 과연 이웃인가
  • 이현주
  • 승인 2008.04.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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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달 특집-1] 한국교회 장애인성도를 돌아보다
▲ 인천연수제일교회는 장애인 사역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주일 아침,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교회 앞에 휠체어 한 대가 다가섰다. 하지만 본당으로 올라갈 수가 없다. 예배당 입구에 계단이 놓여진 탓이다. 성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예배당 내부에서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 의자 사이 통로가 좁아 휠체어가 들어설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장애인 성도 A씨는 예배당 뒤쪽에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예배를 드려야 했다.’


오늘날 우리가 다니는 교회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예배당을 건축할 때 ‘우리교회에 출석할 장애인 성도가 얼마나 될까’ 미리 고민하고 건축설계를 의뢰하는 교회는 흔치 않다. 또 다니지 않는 성도를 위해 미리 배려하는 정책도 전무하다. 갑작스레 장애인 성도가 생길 경우, 다시 편의시설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교회의 모습이다.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각 교단이 장애인주일을 지키고 있지만 지역교회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매년 장애인 주일 연합예배를 드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당초 4월 20일을 전후로 드리던 연합예배를 첫 주간으로 옮겼다. 이는 장애인의 달 시작과 함께 예배를 드림으로써 각 교단과 소속 교회에 장애인 선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장애인 주일에 임박해서 예배를 드릴 경우, 미처 장애인 주일을 지키지 못하고 넘어가는 교회들이 있기 때문에 4월 한 달 간 장애인 선교를 강조하기 위해 예배를 앞당겼다고 교회협 관계자는 전했다.


#성경에 나타난 장애인사역


성경에는 분명히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수차례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의 사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요한복음 9장에는 눈 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죄의 결과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예수님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가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일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며 사람들의 선입견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셨다.


신약 4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한센병 환자, 귀신 들린 사람, 시작장애인, 중풍병자, 청각장애자 등 장애인과 병자를 고쳐주셨다는 기록이 상당수 나와 있다. 나아가 사도 바울의 이적도 또 세계 각국에 복음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이러한 병자와 장애인의 치유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분명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은 하나님의 일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가 되고도 남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의 수는 2005년 기준으로 177만7천여 명이다. 94년 34만7천 명에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인구의 9.7%가 장애인이라고 추산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기독교 신앙을 가진 장애인의 수는 5%도 채 안될 것이라고 장애인 사역단체 실무자들은 증언한다. 분명히 성경에서는 예수님의 사역 중심에 장애인이 있었던 것을 기록하고 있는데 왜 교회의 장애인 복음화 비율이 낮은 것일까.


# 한국교회 장애인 선교의 현주소


한국성서대 강영실교수는 교회 안에서 장애인 성도를 만날 수 없는 이유로 교회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는 점을 꼽았다. 교회의 전도 대상 우선순위에 장애인은 배제되어 있으며 이를 위한 시설을 미리 구비해놓은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교회의 시설을 살펴 볼 때 예배당 진입, 화장실, 주차장 등 모든 시설이 건강한 사람을 중심으로 되어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성경이나 점자찬송가를 준비해놓은 교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 전문 사역단체인 밀알선교단에서도 “대부분의 교회들이 장애인을 선교나 구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동등한 성도의 한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는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장애인 선교에 나선 교회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80% 이상의 한국교회는 장애인 선교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견해다. 또 장애인 선교에 동참하는 교회들도 장애인 성도를 위한 특수선교부를 운영하고 있어서 일반 성도들과의 통합예배를 드리는 곳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 장애인선교 보다 전문화 돼야


지난 2월 열린 장애인복지선교포럼에서는 장애인사역에 나선 교회의 실제 사례들이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장애인사역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이 포럼에서는 “장애인을 섬기는 교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사회 주민을 섬기는 일로 사역의 확장을 체험했으며 교회성장과 전도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발표됐다.


교회의 장애인 사역은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1981년 인천에서 목회를 시작한 연수제일교회는 10년 후인 91년 남동공단으로 교회를 옮기면서 장애인 성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주변 임대아파트에 장애인 주거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교회 김종복 담임목사는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통합예배를 드렸고 그 결과 장애인 성도수의 증가와 성도들의 조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회에는 장애인을 위해 특수부서를 두는 대신 모든 부서에 장애인들이 허물없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장애인을 일반 건강한 성도들과 같은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대접한 것이다.

광주 겨자씨 교회 역시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그룹을 두지 않는다.

2005년 실로암선교회를 이끌던 김용목목사가 협력 사역자로 부임하면서 교회 건축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배려했고 주일예배 시간에 수화 통역자를 세워 청각 장애인도 함께 예배에 임할 수 있게 했다.


교회밖의 장애인 전도를 위해 특별 행사와 캠프를 개최하며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비장애 성도가 친숙하게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개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장애인 사역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는 것은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정책이 수립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전문가들은 “장애인을 전도의 대상으로 본다면 교단차원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정책을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총회 내 장애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사역이 노회와 지교회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각 교회에 배포하고 총회는 이에 상응하는 정책을 만들어 건축부터 예배시설, 예배에 사용되는 모든 자료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사역연구소는 “전문 인력 양성과 평신도 동역자 양성 등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 인재를 먼저 키워내고 더디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비전을 공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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