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울리는 천상의 소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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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울리는 천상의 소리를 전합니다”
  • 승인 2001.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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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접했을 때 갑자기 가슴이 찡해져 왔습니다. 마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 같았어요.”

젊은 청년 유학생이었던 구영갑 이사([주]KPO)는 독일의 한 교회 안에서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소리에 일순간 압도당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새로운 음악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독일까지 온 자신의 간절한 바램에 하나님이 응답하신 것일까.

이토록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를 내는 오르간 내부가 궁금해진 구 이사는 수소문해서 그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 제작자를 만나 자신을 조수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업무에 동행하며 파이프 오르간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구 이사는 파이프 오르간의 순수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됐다.

촛불이 자신을 태우며 빛을 발하는 것처럼 파이프 오르간도 지나가는 바람에 파이프만을 온전히 내맡긴 채 온몸을 울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망치로 현을 때리며 소리를 내는 피아노와는 비교할 수 없다. 파이프 오르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애절하면서도 힘있는 소리로 감동을 자아내고 있었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눈물이 흐르고 이내 하나님께 무릎 꿇고 예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르간 제작 마이스터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음악·금속·건축·음향·수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쌓아야 했고 오르간 제작 마이스터 시험을 치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3년 6개월간의 실습기간도 ‘끔찍할’ 정도로 어려웠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힘들 때마다 그는 데살로니가전서 의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나아갔다. 어떠한 상황 가운데 있든지 감사하며 기쁘게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름길이라고 굳게 믿고 이미 받은 복을 하나하나 세어 보며 마이스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하나님은 이런 구 이사 가정에 믿음의 동역자들을 붙이고 위로를 더하셨다. 독일 현지 교회 교인들은 구 이사를 위해 중보기도를 하며 믿음의 경주에 동참해 주었다. 급한 재정이 필요할 땐 누군가 우편함에 성경말씀이 적힌 메모지와 수백 마르크를 몰래 넣고 가기도 하는 등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경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에 당신 같은 오르간 제작 마이스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여러 사람들의 격려, ‘대한복음사’를 경영하며 교회에 놋쇠종을 설치하는 사역을 펼친 아버지(구수만 장로)의 신앙은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악기를 만들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할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구 이사는 자신을 오르간 제작 마이스터로 세우기 위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보니 1970년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한양대 생물학과에서 제적당하고 목원대 성악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것. 그러다 다시 한양대 작곡과로 복학, 졸업 후 음향학 공부를 위한 독일유학까지 구 이사의 평탄치 않은 젊은 시절은 파이프 오르간 마이스터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쌓는 축복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1994년 구 이사는 마침내 그렇게도 열망하던 파이프 오르간 마이스터의 꿈을 이뤘다. 독일 유학 11년 만이었다. 9일간 의 시험기간 중 90시간의 실기시험, 13과목의 필기 시험, 두 차례의 구두시험, 40페이지 분량의 논문까지 재수, 삼수가 기본인 ‘쥐어 짜내는 시험’을 단 한번에 통과해 은혜가 더했다. 다른 응시자보다 17년이나 공부를 늦게 시작해 경험도 적었고 응시자 중 유일한 동양인에다 최고령이라는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항상 기뻐하고 감사할 때 하나님은 복을 더하신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가슴 깊이 깨닫는 순간이었다.

“파이프 오르간을 제작하면서 하나님의 세밀한 사랑을 더욱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마이스터가 된 이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구영갑 파이프 오르간 제작사 독일법인’(Orgelbau Ku Gmbh)을 설립한 구 이사는 매년 봄·가을 두차례씩 ‘자식’들을 보러 한국을 방문한다.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세한 부분까지 자신의 손길을 거쳐 나온 파이프 오르간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그가 한국에 제작·보급한 파이프 오르간은 모두 6대. 바깥 모양뿐만 아니라 내부의 구조, 파이프의 길이, 지름 등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 없이 개성있게 창조된 파이프 오르간을 대하며 독생자를 보내시기까지 이 세상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구 이사는 ‘구영갑’이라는 자신의 이름엔 ‘영혼을 갑절로 구원할 사명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자뭇 진지하게 말한다. 한 대의 파이프 오르간을 제작하기 위해선 해산의 고통을 느끼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지만 영혼을 울리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에 단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은 축복된 삶이라고 겸손히 고백하고 있다.

구자천기자(jcko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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