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해외 에큐메니칼] '세상 속'에서 움직이는 신앙의 힘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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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해외 에큐메니칼] '세상 속'에서 움직이는 신앙의 힘 결집
  • 이현주
  • 승인 2007.12.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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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와 평화 외치며 '인류공존'돕는 교회역할 모색
 

이범성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앙과 직제’ 위원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사무엘 코비아 총무는 그의 2007년 주현절에 “우리 함께 우리(교회)의 자리를 세상 속에서 찾자”고 설교했다. 이 신년 메시지는 한 해의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가 본 2007년 교회의 사명(Mission)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세상은 모든 인류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신 세계’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먼저 ‘삶과 봉사’(정의·평화·창조 질서의 보전)의 영역에서 세계의 에큐메니칼운동은 세계평화의 문제를 정의의 문제로 보았다. 정의가 없는 평화는 완력으로 유지되는 거짓 평화라고 분석한 것이다. 1월에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에서 노벨평화상수상자 투투 주교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테러집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가난한 자에 대한 부자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2월에는 마찬가지로 나이로비에서 ‘교회행동연대’(ACT)가 발족되어 빈곤 퇴치를 위한 교회와 유관 기관들의 세계적 연대를 강화했으며, 10월 공정거래주간에는 교회와 그 기구들이 타 종교 및 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자유무역경제(FTA) 강요에 대처하는 지속적 대안을 모색하자고 하였다.


11월에 탄자니아에서 모인 아프리카 에큐메니칼 회의는 ‘가난, 부, 환경의 상호 관계’라는 주제 하에 ‘북반구에서 자행되는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는 아프리카의 자원과 인력을 이용한 도둑질 성장이요 죄라고 규정했다. 또한 12월에는 유럽 공동체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뮤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거나 강요하는 일은 부당한 것이라고 WCC는 경고하였다.


경제정의의 문제는 또한 환경문제와 깊이 관계한다. 만족이 없는 소비는 끝없이 물건을 생산해내는 과정에서 이 지나친 소비의 당사자가 아닌 대다수 인구, 즉 가난한 자들이 향유해야 할 자연을 희생시킴으로써 소비의 대가를 비소비자가 지불하는 환경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염되지 않은 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1월과 5월에 수자원 문제를 주제로 삼아 에큐메니칼 회의를 열고 과도한 소비를 환경을 파괴하는 반생명적 문제로 규정하였다.


두 번째로, ‘신앙과 직제’ 영역에서도 교회 일치를 위한 진일보가 있었다. 세상 속에 정의로운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도 교회 일치가 필요하고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서도 교회 일치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1월 혹은 5월에 지켜지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이 2008년에는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40년 이래로 WCC와 바티칸은 예배 의식과 기도문 그리고 찬송을 공동 집필하고 있는데 백주년의 성경 본문이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로 선정된 것은 ‘기도는 지속적인 확신과 소망의 가장 권위 있는 표현’이라는 에큐메니칼운동의 일치를 위한 기본 방법론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WCC는 7월에 성명서를 통해서, 모든 교회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보편적 교회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개 교회가 전체 교회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각 교회는 다른 교회와 함께 연합함으로써 전체 교회로서의 보편적 교회를 이룬다고 밝혔다. 이것은 공교회로서의 개교회의 완전성을 의미하는 것임과 동시에 교회 일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개신교의 선명한 교회 이해였다.

▲ 지난 1월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투투주교는 가난한 자에 대한 부자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 번째로, ‘세계 선교와 전도’ 영역에서 20세기 에큐메니칼운동의 시발점 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1910년 에든버러 세계선교대회(WMC)의 백주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코비아 총무는 과거 에큐메니칼운동의 성과를 분석하는 가운데, 선교운동의 분열, 즉 복음주의권과 세계교회협의회권의 분열을 과실이라고 진단하고 두 진영이 상호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이 실패를 만회하는 일에 관건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과거 에든버러의 표어였던 ‘이 세대에 전 세계의 복음화를’이라는 구호는 효과를 보지 못한바, 2008년에는 ‘이 세대에 지구화시대에 요청되는 선교’가 수행되어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한편, 세계개신교연합(WEA)이 주관하여 8월에 프랑스에서 열린 모든 교파와 교단을 망라하는 ‘범 기독교 대회’는 기존의 WCC와 바티칸의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들을 무제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기독교로의 개종에 대한 행동규범을 확립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이에 대해 WCC는 WEA가 이 8월 대회에서 만든 ‘기독교 개종에 대한 행동규범’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였고 검토, 수용할 의지를 밝혔다. 이 지침에는 선교를 적극적인 만남으로서 이해하는 한편, 타 종교를 존중할 것과 동시에 열심히 전도할 것을 선교의 기본 자세로서 제시하고 있다.


세상 속에서 교회의 자리를 찾자고 하는 코비아 총무의 신년 메시지는 2007년 한 해 세계 에큐메니칼운동 구석구석에서 그 실천의 흔적이 나타났다.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교회, 일치를 위해 화합하는 교회, 적극적으로 선교하는 교회가 바로 2007년에 에큐메니칼운동이 추구하는 ‘세상 속’의 교회였다. 자신의 자리를 ‘세상 속’에서 발견한 교회는 2008년 새해에 에큐메니칼운동 백주년의 새 세기를 맞이하면서 이 세상이 지구화 시대의 세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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