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특집] “손가락과 두 발 잃었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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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특집] “손가락과 두 발 잃었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해요”
  • 현승미
  • 승인 2007.12.21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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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김미원 집사
▲ 매주 수요일 김미원집사는 암병동을 찾아 환자들에게 위로와 복음을 전한다

“저만큼 성탄절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예수님은 부족한 저를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기적을 행해주셨죠. 작게나마 귀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손을 사용하고 걸을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항상 감사하며 살아요.”


일주일에 두 번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미원집사(신촌성결교회). 환자로 시작된 병원과의 인연이 자원봉사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의 삶은 그저 평범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을 돌보며 남편을 섬기는 부지런한 성품의 가정주부. 그런 그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6년 전. 오른쪽 발목 복숭아뼈 근처에 작은 혹이 생기면서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근육암의 일종인 황문근종이었습니다. 워낙 희귀한 암인데다가 이미 암세포가 퍼져 오른쪽 다리를 절단 할 수밖에 없다더군요.”


당시 나이 42세. 암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때 하나님은 친구의 입을 통해 그에게 조용히 찾아오셨다.


하나님을 믿지 않았던 그가 병원에서 투병을 시작했을 때, 절친한 친구가 찾아와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널 사랑하셔. 미원아.” 그 말은 정말 큰 힘이 됐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중에 감사한 마음이 솟아 올랐다. 김집사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아닌 자신이 그 병을 감당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보이지 않는 몸 안에 병이 나면 치료하기가 더 힘들고 환자 자신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싸워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보이는 곳을 아프게 해주셨으니 감사할 수밖에요. 물론 몸의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다행히 의족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예요.”


말 그대로 뼈를 깎아내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김미원집사는 예수님을 생각했다. 진통제나 마취제도 없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구주 예수. 조금이나마 그 아픔과 고통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몇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겨야 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2차 항암치료 후 심장마비가 왔다. 급성신부전으로 호흡곤란이 온 것이다.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호흡기를 꽂고 투석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약을 너무 심하게 쓴 탓인지 몸에 괴사가 왔어요. 손가락 8개와 왼쪽 발이 썩어 들어갔죠. 패혈증까지 오자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나봐요.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까지 시켰으니까요. 그런데, 보세요.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잖아요. 손가락과 다리를 잃은 것은 둘째 치고 이렇게 살아있으니 얼마나 감사해요.”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헛소리에 정신과 의뢰까지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돼 있었다. 그러나 의사의 사형선고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놓지 않았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김집사를 위해 기도했다.


그렇게 무려 2달 동안 중환자실에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인 김미원집사. 감사하게도 부활주일 아침 그는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전에는 돈 많은 부자들만 감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퇴원하고 집에 가니까 먹고 일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게 됐어요. 저 혼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모두가 노력해 준 덕분이지요.”

오른 쪽 발과 나머지 왼 쪽의 발가락, 손가락 여덟 개를 잘라내야 했지만, 왼쪽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남은 것에 감사했다. 다시 서고 걷게 되기까지 힘든 고통이 있었지만, 의족을 신고 설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제가 밝게 사니까 주변에서도 쉽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 때일수록 마음의 문을 열고 나를 잘 추스리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먼저 열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살

▲ 온전한 두 손가락이 있기에 못할게 없다는 김미원집사.
리는 길이었지요. 처음에는 지팡이 짚고 겨우 교회 나오다가 교회에서 자주 불러주니까 제자훈련도 참여하게 되고, 전도폭발훈련까지 받게 됐어요.”


전도폭발훈련을 받으면서 전도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됐고, 무작정 세브란스병원으로 찾아가 원목실 문을 두드렸다.


“병원 환자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제가 직접 경험해봐서 알잖아요. 특히 저와 같은 암 환자들을 만나서 그들을 위로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어요. 같은 처지였기 때문에 저에게서 희망을 보고 쉽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을 위해 봉사하는 과정 자체가 저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밥을 먹고 자고 일어나는 소박한 일상에 감사했지만, 발과 손가락을 잃은 상처는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환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보임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정신적 재활치료를 받은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라도 하나님께 쓰임 받는 것에 감사합니다. 혼자 시작한 자원봉사도 이제는 교회 동역자들이 함께 나누고 있어요. 이번 성탄에는 많은 환자들이 저처럼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그들을 향한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도 중요하겠지요. 그런 마음이 하나하나 모이면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청소하고 밥 하는 것에 감사하며 또 그 기쁨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즐겁게 사는 김미원집사. 그는 예수님 오실 성탄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기적도 함께 찾아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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