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비평 - 피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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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비평 - 피임, 어떻게 해야 하나?
  • 승인 2001.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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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 교회는 산아제한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렇다고 하여 적절한 방법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산아제한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그 방법 역시 윤리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검증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산아제한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자연적인’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적인’방법이다.

자연적인 방법에는 월경주기법(rhythm method)과 성교중단법(혹은 질외사정법)이 있다. 월경주기법은 여성의 월경 주기를 따라 임신이 가능한 때를 피하는 방법이다. 성교중단법은 남성이 사정 전에 여성의 질에서 음경을 빼는 방법이다. 엄밀히 말해, 이러한 방법들도 자연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인공적이거나 기술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여성의 월경 주기가 불확실하다는 점과 부부 서로에게 강한 의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자연적인 방법보다 더 폭넓게 사용되는 산아제한 방법이 인공적인 피임이다. 엄밀히 말해, 피임은 임신을 예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방을 통해 정자와 난자가 함께 만나는 기회를 줄여줌으로써 임신의 위험을 없애려는 것이다. 인공적인 피임을 위해 사용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콘돔이나 다이어프램 같이 음경과 질 사이에 장애물을 두는 경우가 있고, 사정 후에 정자의 생명력을 없애기 위해 살정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고, 여기에서 더 발전하여 사용되는 방법이 피임약이다.

피임약은 여성의 생식 주기를 교란함으로써 임신을 막는 것이다. 요즈음은 남성 정자의 생식을 줄이는 약의 개발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하지만 피임약은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것이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방해한다는 점과 여러가지 해로운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피임법들은 비록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임신 전에 시행되는 것들이기에, 그리스도인 역시 개인의 신체적 조건과 가족 계획, 그리고 신념을 따라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더 높이려는 욕구는 새로운 방법의 개발을 촉진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임신의 예방보다는 수정 후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을 막는 방법이다. 그것이 소위 자궁내장치(IUD), 일명 ‘루프’라는 것이다.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프가 수정된 난자를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런 점에서 루프는 임신 후 장치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점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생명이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사후피임약(‘morning after’ pills) 역시 문제가 된다. 루프가 성교 전에 삽입되는 것과 달리, 소위 사후피임약은 성교 후에 복용하는 것이지만, 그 기능은 동일하게 수정체의 자궁 내 착상을 막아 임신의 지속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후피임약은 기본적으로 낙태 장치요, 낙태 약이라 보는 것이다.

그 외에 우리 나라 사람의 약 37%가 사용하는 정관과 난관을 수술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가족 계획이 종결된 후에야 시행이 가능한 방법이므로, 일시적 피임을 원하는 부부에게는 적절치 못하다. 물론 낙태가 최악의 산아제한 방법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가정과 성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고, 산아제한의 방법 역시 기독교 윤리적 토대 위에서 최선의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강인한(천안대 기독교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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