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증후군
상태바
테러증후군
  • 승인 2001.10.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기적 테러가 일어난 이후 미국인은 물론이고 세계인들 모두가 테러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고층건물을 기피하는 증세가 뚜렸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층건물에 올라갈 때마다 내가 이 건물을 다시 무사히 내려올 것인가를 한번씩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전에는 높은 건물을 올라갈 때는 우선 시원함과 멀리 내려다보는 마음이 확 열리는 기분을 먼저 느꼈었는데 이제는 그 기분이 사라져 버리고, 우려가 앞서고 불안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래서 고층 아파트도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테러증후군이다.

그래서 요즘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자다가 갑자기 놀라 깨어나게 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건물이 무너지는 꿈을 한번쯤 꿔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잠자리가 편안치가 못하다. 모두 테러증후군이다.

뿐만 아니고 요즘은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도, 폭탄만 터져도 전에 없이 놀라 기겁을 한다. 그리고 혹시 테러가 아닌가 의심부터 하게 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마음이다. 미국에서 탄저병 발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일단은 테러를 의심해 보는 것이다. 비행기가 부딪쳐 사고가 발생해도 먼저 테러를 생각하게 된다. 매사가 불안하다. 사람이 무섭다.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진다.

그래서 요즘은 뜨는 사업과 침체되는 사업이 뚜렸해졌다고 한다. 항공업계, 호텔업계, 여행업계는 울상이다. 호텔업의 경우 미국에서는 테러 전에 90% 입실률을 보이던 것이 지금은 라스베가스의 경우에는 50%선, 테러사고의 진원지였던 플로리다의 경우는 38%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지금 한창 뜨는 사업은 방산업체라고 한다. 보안장비는 40%가 넘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고 방독면, 이동통신의 경우는 지금 한창 때아닌 특수로 비명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가던 출장은 적어지고 대신 화상회의를 선호하는데 그 화상장비 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테러 후 뒤바뀐 운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테러 후 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미국인들의 발걸음이 교회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안하고 마음 둘 곳이 없고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미국인들의 충격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인들이 얼마나 자만했고 우월감에 사로잡혀 살았는가. 그동안 막강한 힘을 믿었고 국력을 믿었고 최신 무기를 믿고 안심하고 살았던 그들이다. 그들은 과학을 신봉했고 최첨단 방공시스템을 믿어왔을 것이다. 그들 누구도 그렇게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고 나서 그들은 충격 정도가 아닌 정신적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허탈감과 상실감은 물론이고 말로 다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수치감을 느꼈겠지만 정신을 가다듬은 그들은 조용히 발걸음을 교회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던 묵상의 시간을 통해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고 자만의 환상에서 벗어난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사건은 미국인들뿐만 아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무언의 경종을 울려주었다. 그리고 회심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반성의 기회도 갖게 하였다. 그동안 세계는 인간주의가 이 지구를 휩쓸었고 방종과 무절제와 광분의 도가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 인간만능을 부르짖었고 신의 영역할 것 없이 인간은 무절제로 덤벼들었었다. 바로 그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터짐으로써 그동안 무섭게 질주하던 인간군상들의 발걸음들은 잠시 멈춘 상태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반성하고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삶에서 수정되고 바로잡히고 성숙해져 간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서 인간화로 치닫던 이 세상을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게 하는 기회로 생각하고자 한다. 더구나 지금은 종교개혁의 달을 맞이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점검하고 수정하고 넘어가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이번 사건은 분명 불행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이 사건은 분명 불행한 사건이지만 믿기는 이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은 오히려 합동해서 유익한 결과를 주실 것을 또 우리는 믿는 바이다.

이정익(신촌성결교회 담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