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쌓아둔 하늘상급, 기적으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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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쌓아둔 하늘상급, 기적으로 돌아와
  • 이현주
  • 승인 2007.07.1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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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 찬양가수 이영만 집사
 

움찔할 수도 없이 몸은 굳어 있었다. 친구는 오직 라디오뿐이었다.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시작됐다. 짜증이 밀려왔다. 매일 듣던 라디오 소리도 잡음으로 메아리친다. 주파수를 돌렸다. 귀가 번쩍.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님들의 음성이 들렸다. 이어 찬양이 나왔고 설교가 전해졌다. ‘나처럼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혹시 하나님이라면 내 병을 고쳐주시지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찬양가수 이영만집사(55세․한남감리교회)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건 지난 2005년 가을이었다. 평생 사업만 하던 그였기에 실패에 대한 적응이 어려웠다. 몸과 마음이 급속히 무너져 내렸고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사업실패를 비관해 매일 술에 의지하며 살았다. 눈 밑이 떨리고 등에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그러던 10월 어느 날, 이영만집사의 오른편이 순식간에 마비가 되고 말았다. ‘쇼크로 인한 반신마비’. 눈물도 땀도 왼편에서만 흘러 내렸고 오른 손은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자신이 싫어 죽기를 결심한 것도 수차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라디오를 듣는 일뿐이었다.

“그 때 처음 극동방송을 들었어요. 소망의 기도에서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설교해주었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지만 저를 고쳐주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방송을 들은 그는 지푸라기라는 곡을 써내려갔다. ‘지푸라기 잡고 싶은 심정으로 간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 주여 주여, 이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주 곁을 떠나서만 살아온 난데 주여 주여 무엇으로 용서를 빌까요.’


이영만집사는 7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신인가수였다. 전국노래자랑과 동아방송 노래자랑으로 상을 휩쓸었고 오아시스 레코드사 전속가수로 그룹을 결성해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이 활동하던 멤버들이 대마초로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가요계를 떠났다. 그의 나이 28세. 미련은 없었다. IMF전까지 사업도 성공적이었다. 한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신사동에 다시 개업한 꼼장어 사업으로 재기했다. 그러나 성공은 얼마 가지 못했고 2005년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그리고 뇌졸중까지 발병했으니 상심이 큰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 그의 귀에 설교와 찬양이 들리기 시작했고 무작정 하나님께 매달렸다. ‘수고 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성경을 읽으면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하나님을 외치며 그는 기도했다. 통곡이 터져 나오고 회개가 밀려왔다. 뜨거운 가슴은 성령으로 충만했다.

라디오를 통해 말씀을 들으며 찬양하고 기도하길 수차례, 그는 꿈을 꾸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다. 오후 3시 잠에서 깬 이영만집사는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곡을 써내려갔다. 그 곡이 ‘일어나 너 걸어라’였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고 “아버지 제발 저 좀 일으켜주세요.” 수십 번을 기도했다. 기적이 나타났다.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더니 아침에 일어나자 마비가 풀리고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반신마비가 된 후 꼭 두 달만의 일이었다.


병상에서 일어난 이영만집사는 6개월간 매일 기도원에서 철야를 했고 지인의 소개를 받아 정식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하나님을 만난 기쁨과 체험을 곡으로 만들었다. 그의 노래는 모두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감사로 채워져 있다.

왜 하나님은 기도한번 제대로 한적 없는 그를 살려 주셨을까 궁금했다.


“90년대쯤인가 사업을 할 때였죠. 사원 중에 장로님이 계셨어요. 그 분이 자꾸 교회에 나가자고 하기에 서초동에 있는 교회에 따라갔어요. 그런데 강남 한복판에 있는 교회가 어찌나 초라한 지 더러운 커튼에 선풍기를 돌리고 있었죠. 무더위에 푹푹 찌는 예배당에서 저는 짜증이 났습니다. 예배 후 식사를 하는데 제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장로님 에어컨 하나 놓으시고 커튼을 전부 바꿔주세요. 제가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습니다. 그 때 담임목사님이 하나님의 축복이 사장님께 있길 바란다고 감사를 표하셨죠.”


축복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의 사업은 1년 뒤 망했다. 일산에서 새 사업을 모색하던 이영만집사는 주변의 권유로 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사업을 위해 어렵게 마련한 몫이 좋은 건물은 전도사로 사역하는 육촌 처남에게 예배처로 내주었다. 그렇게 세워진 교회는 큰 부흥을 이뤄 지금 수백 명의 성도가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믿음이 없었던 한 사람의 아낌없는 헌금을 하나님은 잊지 않으신 모양이다. 수많은 사람이 갈망하는 기적을 선뜻 그에게 내어주신 것을 보면….

이영만집사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올 초부터 찬양가수로 간증사역을 시작했다. 그리고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하나님을 정확히 알기 위해 공부도 하고 있다. 그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나님을 몰랐을 땐 내가 최고인줄 알았죠. 하나님을 알고 나니 마음이 참 평안해요. 돈을 많이 벌 때 느끼던 행복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내 안에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알고 난 후에는 정말 두려움이 없습니다.”


매주 목요일이면 독거노인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는 이영만집사는 7월 간증집회 일정이 꽉 잡혀있을 정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라는 것.


자신의 부족한 삶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찬양가수로 사역을 계속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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