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 - 꽁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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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 - 꽁치생각
  • 승인 2001.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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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소양강 상류 3군단 직할대에서 군복무할 당시 만 2년여 동안 꽁치국을 매일 먹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제주도 출신 취사병에 의하면 꽁치와 갈치는 국을 끓여도 비린내가 나지 않아 좋다고 한다.

1970년대 초 현 강북구청 자리 판자촌에서 개척 교회를 시무하고 있을 때의 일화이다. 너나 없이 어렵던 교인들의 가정을 심방하다보면 부득이 점심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심방이 끝나면 “점심을 먹고 가겠다”고 자청하고 100원을 건네주었다(교인은 받지 않지만). 시장에서 꽁치 6마리 50원, 상추 한 묶음 50원에 장을 보아 상추에 찬밥을 넣고 금방 구운 꽁치를 얹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 꽁치 맛이 종종 생각난다.

그런데 그것이 “우목사는 꽁치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나서 가는 집마다 꽁치가 상에 오르는 게 아닌가? 이제는 성도들의 형편이 많이 좋아져 그때는 어려운 형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지 꼭 꽁치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 서로 웃음으로 받은 일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만큼 꽁치는 서민들 상에 크게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친근한 음식 중의 하나이다.

21세기 초엽 러시아와 일본이 합의하여 남쿠릴 열도 주변 수역에서 제3국의 꽁치 조업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보고 러시아에 속고 일본에 당한 격이 되니 화가 절로 난다. 두 나라는 영토적 명분과 경제적 실리를 챙겼겠지만 우리나라 어민들은 연간 350억원 황금어장을 잃게 되어 생계가 막막해졌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관계당국의 무성의와 아무도 책임을 지는 자가 없다는 데 있다. 이제는 수입되는 꽁치의 값이 금값이 될 것을 생각하니 40년이 지난 오늘의 내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우희영(천안대학교 인성교육 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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