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눠야만 가족인가요, 정을 나누면 가족이지요"
상태바
"피를 나눠야만 가족인가요, 정을 나누면 가족이지요"
  • 이현주
  • 승인 2007.05.23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색다른가정 색다른 행복 <끝> - 남의 아이 내 아이 함께 키우는 위탁가정
 

지난 3주간의 취재를 통해 가정에는 여러 형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단일민족이거나 한 번의 결혼, 눈에 보이는 정상적인 형태만 가정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미 한국사회에는 다문화가정이 확산되어 있고 이혼과 재혼으로 인한 한 부모 가정과 재혼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가정이나 조손가정들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가족의 새로운 형태임을 깨닫게 됐다. 가정의 달 기획으로 마련된 색다른 가정, 색다른 행복은 이제 마지막으로 ‘위탁가정’의 모습을 소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탁가정은 입양을 기다리는 어린 아기들을 입양이 결정될 때까지 맡아 기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위탁가정은 보다 폭넓은 의미로 확대 해석된다. 가정 내 여러 요인 즉, 부모의 별거나 이혼, 질병, 복역, 학대와 사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가정이 유지될 수 없는 경우에 처한 아이들을 다른 가정이 대신 맡아 주는 것도 위탁에 속한다.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사회가 허락하고 보호와 관심을 받고 살아온 아이들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위탁사업이다. 해체되거나 위기에 놓인 가정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 많은 위탁가정을 필요로 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민우(10세. 가명)는 몇 년 전 건강하던 엄마를 잃었다. 아빠는 엄마를 잃은 슬픔에 술로 방황하기 시작했고 어린 아들은 굶주림과 무관심에 방치됐다. 보다 못한 친척들은 민우를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 맡겼고 이곳에서는 민우가 자랄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 주었다.


민우가 만난 새 가정에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누나와 대학생 형이 있었다. 새엄마의 자상한 보살핌으로 민우의 건강과 표정은 눈에 띠게 좋아졌다. 아들과 떨어진 후 새 삶을 다짐한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으며 간간히 민우를 만나고 있다. 민우는 하루빨리 아빠가 원해의 삶을 회복해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이다.

민우를 맡아 기르고 있는 위탁부모 역시, 민우가 아무 탈 없이 공부하고 건강하게 자라 아빠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도하고 있다.


미혼모에게 버림받은 3살 정윤이도 새 가정에서 자라기는 마찬가지. 정윤이를 위탁했던 김소정씨(45세. 가명)는 “처음 피붙이 아이를 맡았을 때는 입양시킬 때까지만 보겠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그냥 떼어 놓을 수가 없었죠.”라며 정윤이의 엄마가 된 사연을 털어 놓았다.

위탁가정을 꾸리겠다고 다짐하고 처음 만난 아이가 정윤이였다. 위탁부모 교육을 받으며 ‘ 혹여 잘못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 지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바에는 그만 두는 것이 나은 것은 아닌 지’ 많이도 망설였다. 하지만 김씨는 정윤이를 만났고 엄마가 약속한 날 찾으러 올 때까지 잘 돌볼 생각이다. 물론 친엄마가 찾으러 오지 않아도 대학생이 될 때까지 정윤이를 잘 길러 내는 것이 김씨의 몫이다.


“세상의 아이들 모두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잖아요. 가정이 없다는 것, 엄마 아빠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상처받는 일인데…. 정윤이가 상처없이 잘 자라기만 바랄 뿐이죠.”


위탁가정은 2007년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이혼과 별거, 미혼모 등의 증가는 아동을 보호할 새로운 가정을 필요로 한다.


위탁가정을 찾은 아동은 1만4,465명으로 1~3세 영아 223명부터 17~18세의 고연령 아동도 3천여 명에 이른다. 위탁 사유로 가장 많은 것은 부모의 가출과 행방불명, 그 뒤를 이혼이 잇고 있다. 학대나 방임에 의한 위탁도 135명이나 돼 아동의 행복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시급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위탁아동은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성인이 될 18세 아동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정부가 이처럼 위탁사업에 힘을 쏟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가출 또는 부모로부터의 학대를 경험한 아동들의 경우, 수용하는 시설이 있지만 모성의 박탈로 인한 상실감과 집단생활로 인한 시설병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또 소년소녀가장의 경우, 유엔 등에서도 가정위탁을 권고하고 있을 만큼 아이들에게 가정이 주는 의미는 중요하다.


위탁가정의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은종군팀장은 “방치된 가정에서 상처받고 자란 아이들이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고 표현했다. 물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나 가출과 방황을 거듭하던 아이들을 위탁받은 가정의 경우, 부모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한 아동에게 한달에 7만원 주어지는 보조금을 두고 “돈 받으려고 키운다”는 이웃의 곱지 못한 시선도 위탁가정에겐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은종군팀장은 “위탁가정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7만원은 최소한의 감사표시다. 사실 정부의 지원은 더 늘어야 한다. 아동 1인당 양육비용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다. 다만 감사한 것은 대다수의 위탁가정이 금액에 상관없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맡아 기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탁가정은 일반위탁부모과 대리위탁부모, 친인척위탁부모 세 가지로 나뉜다. 가정위탁에 참여하고 싶은 부모는 아동 위탁 전후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위탁아동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행동까지 잘 대처해야 하는 것이 위탁부모의 역할이다.

정부는 시행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가정위탁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2일을 ‘가정위탁의 로 정했다. 아빠와 엄마 2사람이 내 아이와 남의 아이 2명을 함께 키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는 22일 보건복지부와 수양부모협회 후원으로 제1회 가정위탁의 날 및 가정 위탁주간 행사를 진행했다. 가정위탁의 날, 가장 많이 강조된 것은 가정위탁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위탁가정.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정을 나눈 위탁가정들의 ‘헌신과 사랑’은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은팀장은 “내 가정만 행복하다고 사회가 행복해질 수는 없다”며 “닫힌 문을 열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손을 잡아 줄 때 사회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