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 기획-“색다른 가정, 색다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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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기획-“색다른 가정, 색다른 행복”
  • 현승미
  • 승인 2007.05.09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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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비전으로 30년 문화차이도 뛰어넘은 ‘신앙가족’

이란 사역 꿈꾸는 다문화가정 호잣트 전도사·배은경집사 부부


해마다 이혼과 가정불화로 인한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았다. 여전히 어린이날, 어버이날은 존재하지만 그 의미가 퇴색되어버린지 오래다. 이제는 전통적인 가정문화에서 한 걸음 나와서 입양이나 혹은 각자의 필요에 의한 서로 다른 가정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이 때에 이들을 편견이 아닌 눈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이에 4회에 걸쳐 이들 가정의 사례를 소개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의 노하우를 배워본다.    <편집자주>

광장동에 위치한 나섬학교를 따라 깔끔한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한 눈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임을 알 수 있는 몽골 어린이집이 눈에 띈다. 일순간 조용한 적막을 깨고 재잘재잘, 우르르 예닐곱명의 아이들이 들어선다. 이내 엄마를 찾고, 뛰고, 손을 씻고, 외출복을 갈아입느라 한바탕 소란이 인다. 그러다 일순간 또다시 정적이 흐른다. 현재 시간 오후 2시. 점심 식사 후 산책을 마친 어린이집 아이들이 낮잠을 즐기는 시간이다.


한 달 전쯤 문을 연 이곳 몽골 어린이 집은 말 그대로 몽골 어린이들을 위한 곳이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다. 또래들보다 어려보이고 생김새도 어딘지 한국적인 느낌이 배어난다.


호요한. 산책 후 들어서자마자 엄마를 찾아대던 바로 그 아이. 3년 전 이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요한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기는 어린 나이다. 아직은 엄마가 가장 친한 친구일수밖에 없는 요한이는 몽골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엄마를 따라 온 것이다. 요한이의 어마 배은경집사는 이 곳 몽골 어린이집에서 두 명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는 아직 어린 나이인데, 집에 떼어놓고 나올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저렇게 2~3살 많은 누나, 형들과 함께 뛰어놀며 배우고 있어요.”


한 눈에 모자임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둘은 딱 닮았다.


“그래요? 우리 요한이는 나보다 아빠를 더 닮았어요. 진짜 아빠하고 똑 닮았죠.”


아이가 아빠를 닮았다고 말하는 배은경집사에게서 남편을 향한 애틋한 존경심과 사랑이 묻어난다.


요한이 아빠 호잣트 전도사는 이란 출신으로 낮에 직장에 다니고 밤에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요한이네는 흔히 말하는 다문화가정이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가정이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린 교회에서 만났어요. 일반 사회가 아닌 하나님 안에서 만나 사이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서로가 같은 비전을 꿈꾸며 사랑하게 됐죠.”


간호조무사 일을 하던 배집사는 나섬교회에서 몽골팀 보조스탭으로 일하면서 치과팀 의료진료도 돕게 됐다. 그때 이미 남편 호잣트전도사는 이란팀에서 평신도로서 통역 사역을 하고 있었다.


관광비자로 들어와 불법체류자 신세로 취업을 했던 호잣트 전도사. 그는 8년여의 기간을 낯선 땅에서 매일매일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나섬교회를 찾았다.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도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회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따라야 했다. 자연스럽게 예배도 드리고 찬송도 부르고, 하나님을 만나게 됐다.


“이슬람문화권 사람이 어떻게 신학을 하게 됐냐고요? 교회 다니면서 기독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됐나 봐요. 교회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줬대요. 아무래도 다니는 공장에서는 외국인을 대하는게 다르잖아요.”


직장에서와는 다른 사람간의 따뜻한 정을 교회에서 느끼게 됐고, 예배드리고 찬양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됐다. 자신을 예비하신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됐다.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가끔 마주칠 때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몇 번 있었죠. 그러다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됐고, 서로 배우자에 대해 기도하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결혼을 두고 작정 기도를 시작했어요. 저흰 기도할 뿐 행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요.”


배은경집사의 장래를 걱정한 주변의 반대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하나님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기에 걱정되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다문화가정이 많이 있잖아요.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저와 동역하고 있는 전도사님도 인도 사람과 결혼했지요. 교회 출석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도 대부분 한국 여성들과 교제 중이예요. 중요한 건 사랑과 비전이 함께 해야 해요.”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꿈. 많은 청년들이 사랑은 하지만 서로가 가진 비전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면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배은경집사의 조언이다.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과 비전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둘의 비전은 훗날 남편의 고향인 이란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고 그곳에 교회를 세우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외국인 노동자와 한 사람의 평범한 이십대 직장인이 하나님 안에서 만나 사랑과 키우며 이전까지와는 다른 비전을 함께 꿈꾸게 됐다.


“저도 어릴 적엔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꿨습니다. 외국인 남편과 만나 결혼하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죠. 정말 사람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직 하나님만 아시지요.”

그러나 분명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서른 해를 살아왔으니 문화적 차이가 있을 법도 한데, 이번에도 배집사는 문제없다는 대답뿐이다.


“사람들이 흔히 문화적 차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그건 성격 차이죠. 당연히 우리도 남들처럼 성격은 좀 다를 수 있죠. 만약 문화차이 때문에 살기 힘들다면 같은 문화 아래서 자란 한국 사람들은 이혼할 일이 없어야 하잖아요.”


믿음 안에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요한이를 임신했을 때도 한 생명이 태어나는 기쁨만 있었을 뿐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마침 요한이를 임신했을 때 하인스 워드가 방한했어요. 그때 우리끼리 기도하면서 그랬죠. 분명 하나님께서 저 사람을 통해서 사람들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저 우리만의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저희 그렇게 믿음생활을 해왔어요.”


3개월 후면 한 생명을 잉태하게 되는 배은경집사 부부. 세상 속에 살 때는 아무 문제 없어도 매일이 괴롭고 피곤했지만, 신앙 안에 살면서부터는 몸이 고단해도 마음만은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들.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 두사람을 통해 진정 모범된 크리스천 가정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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