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같은 참사 한국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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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같은 참사 한국도 일어날 수 있다"
  • 이현주
  • 승인 2007.04.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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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버지니아공대 참사로 본 한국교회 이주노동자 선교 과제
 

한국사회 배타성 심각, 이주노동자 공동체 일원으로 섬겨야

 
수십 년 뒤 한국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폭력

소수자 위한 상담소와 교육시설 등 마련해서 정착 도와야



“승희야, 난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이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떨어져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네게 손 한 반 내밀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줘. 이제 저 세상에서라도 너를 옥죄었던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지내길 바래.”(로라 스탠리)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의 범인으로 지목된 조승희에 대한 위로와 용서의 물결이 잔잔히 일고 있다. 버지니아텍 노리스홀 잔디광장에는 조승희의 추모석이 다른 희생자의 것들과 함께 마련됐고 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 뒤부터 조군에 대한 추모와 위로의 글들이 쌓이고 있었다.

미국은 지금,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한 인간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고 있다. 특히 이민자 정책의 실패와 소수인종에 대한 섬김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상을 향해 분노를 품은 한 청년을 두고 ‘무엇이, 그리고 왜 그토록 분노를 불러 왔는가’에 대한 분석에 여념이 없다.

이민자도 미국인이고 우리는 다인종, 다민족 사회다. 이민자가 벌인 사건은 우리가 책임질 문제”라고 단호하게 답변한 미국과 소외받은 소수자의 범죄를 보며 한국사회 역시 소수자 선교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주일예배 설교를 전한 행화정교회 박남현목사는 “앞으로 수십년 뒤 한국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소외된 자에 대한 선교와 신앙적 섬김을 강조했다.

지난달 여수 화재참사 피해자 보상을 주도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 김해성목사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노동자들 50여만 명이 차별을 겪고 있다”며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 역시 이주자에 대한 관심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실례로 지난 2005년 말에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슬람계 이주민 2~3세들이 오랫동안 쌓인 박탈감과 소외감을 폭동으로 표출했고 몇 년 전에는 한국인 여행객이 동남아 관광을 나갔다가 한국에 노동자로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 사건들은 이주민들이 받는 차별과 분노가 언젠가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세력화되면서 폭력조직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나타면서 이민자들의 범죄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피의자는 2000년 3,400명에서 2003년 6천여 명으로 매년 20% 이상 증가해왔다.


물론 대다수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한국인의 천대와 멸시에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고 후에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해성목사 역시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가정 등을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프랑스 폭동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김목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단일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없이 50만 외국인을 접하고 있고,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적개심을 품을 정도로 악랄한 대응을 하는 한국인도 있어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반한감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목사는 이민세대 및 국제결혼 세대의 정착을 위해 미리미리 교회가 준비하고 배려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장은 자녀들이 어리지만 이들이 성장과정에서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충분한 교육의 기회와 취업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또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이 많아지고 있어 농촌교회는 이들에 대한 선교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종교인에 대한 복음화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목사는 “세계 선교사 파송 2위국이라고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 50만 명만 잘 전도해도 상당한 세계복음화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들과 자녀들이 소외감 없이 공동체 속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신앙으로 케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교회의 과제로 한국어 교육과 상담소 설치, 외국인 통합예배, 식사를 통한 교제 등 다양한 접근방법을 제안했다.


앞으로 100년 뒤 한국 인구는 2,300만 명으로 줄어들고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이민자의 수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 이상 ‘남’으로 대해서는 안 되며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성목사는 “본질적으로 차별받은 이주민들의 분노가 쌓일 경우 폭력사태가 일어날 수 있지만 모든 외국인 노동자나 국제결혼가정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오인해선 안 된다”며 세상에 모든 소외받은 백성이 하나님의 선교 대상이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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