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깊은 직분자를 뽑아 '믿음의 분량만큼'만 내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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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깊은 직분자를 뽑아 '믿음의 분량만큼'만 내게하라
  • 이현주
  • 승인 2007.04.19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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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을 위해 교회가 버려야 할 것들2 <직분매매>
 

교회가 성전을 매매하는 것은 교회와 성도를 물질로 부는 자본주의적 시각에 근거한다. 최근 교회는 ‘물량화’라는 이름으로 타락을 거듭하고 있다. 교회를 팔아 이윤을 남겨 목사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챙기는 행위가 첫 번째 잘못이라면 교회 안에서 직분을 팔아 부를 축적하는 것 역시 하나님께 회개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헌금을 많이 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는 교회는 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대형교회에 부유한 지식층 성도들이 몰리고 교회가 신분으로 성도를 나누는 일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교회에 만연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하나님께 믿음의 분량만큼 드리는 헌금. 그러나 이 헌금은 직분을 사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수십년간 열심히 헌신하고 봉사하고도 제직의 자리에 올라서지 못하는 성도가 있는가 하면 성도들의 기도에 힘입어 혹여 장로직에 올랐다 하더라도 다른 장로들의 물질적 헌신과 비교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한 장로의 고백이 가슴을 울린다. 블레셋이 메운 우물을 파내는 이삭에겐 성전매매에 이어 직분 매매 역시 파내야할 아픔이다. 굳이 교회의 치부를 드러낼 필요가 있는냐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과연 무엇이 잘못인지’는 깨닫는 구체적인 회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주에는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직분매매 행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장로는 3천만원, 권사는 5백만원


지난 연말 경기 북부의 한 교회에서는 3명의 장로를 세웠다. 장로 각 사람당 3천만 원씩 총 9천만 원의 헌금을 내야했다. 교회 버스 구입을 위해서다. 새로 임직받은 장로들은 “앞으로 더 많은 물질로 하나님을 섬기고 교회에 헌신봉사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도 500~600명 규모의 교회에서 임직에 받은 헌금이 이렇다. 교회가 클수록 성도가 많을수록 직분자들이 내는 헌금의 액수는 올라간다. 장로교는 통상 특정 후보자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장로를 선출하는데 공동의회 성도의 2/3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은 대형교회에서 장로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장로교의 모교회로 불리는 영락교회와 새문안교회가 장로선출과정에 잡음을 빚으며 무기한 공동의회를 연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락교회는 담임목사측과 그 반대세력의 대립으로 2/3의 표가 나오지 않았고 새문안교회는 성전 밖에서 특정후보를 거론한 전단지가 돌려졌기 때문이다.


장로교가 무후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헌신된 종을 뽑기 위함이다. 직분자는 성도의 본이 되는 사람이어야 하고 영적으로나 행실에 있어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로뿐 아니라 집사나 권사 임직 역시 헌금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대문구의 한 교회에서 권사에 임직된 한 부부성도는 “2명이 한꺼번에 임직을 하게 되니 경제적 부담이 컸다”고 고백했다. 임직을 받은 후 ‘감사헌금’으로 마음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국교회는 임직자들에게 무엇을 기부하고, 얼마를 헌금할 것인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성도는 “아내와 내가 각각 2백만 원씩을 냈고 후에 기념품과 행사비용이 부족하다고 하여 얼마의 헌금을 더 내야했다”고 밝혔다. 당시 권사들의 헌금은 프로젝터 시스템 구입에 사용됐고 장로들은 미니버스를 기증했다.


이처럼 교회는 리모델링이나 교회건축, 시스템교체, 버스 구입 등 큰 돈 들어갈 일이 있을 때마다 임직자를 세우는 것이 관례처럼 되고 말았다.

직분의 매매는 비단 교회 내에서만 해당되지 않는다. 교단을 위해 헌신하는 총회장과 부총회장 등 임원 선출에도 어김없이 돈은 필요하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는 지난 2005년 총회장에게 1억 원의 등록비를 받았다. 처음 신설된 장로부총회장 역시 1억 원의 등록비를 내야했다. 교단 관계자는 “등록비를 올린 것은 후보자들이 남발하여 선거판을 어지럽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고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불필요한 선거비용을 낭비하지 않게 되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로부총회장 등록비가 너무 비싸다는 반발로 인해 이후 5천만 원으로 총회는 등록비를 하향 조정했다. 예장 합동도 총회장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7천만 원의 등록금을 받는다. 대다수의 교단들이 이처럼 교단을 위해 마지막 헌신을 다짐하는 총회장과 부총회장 자리를 두고 등록비를 받는 것도 관례화 되어 있다. 교단에 이 정도 기여는 할 수 있어야 총회장 자격이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물량주의적인 시각에 기인한다.


직분매매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교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또 이러한 사례가 목회자에 의해서 강요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점차 교회와 성도가 세속적 가치기준을 교회안으로 끌어 들인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2년 CBS가 뉴스앤조이와 함께 진행한 전화설문에 따르면 목회자를 제외한 성도 중 직분을 대가로 특별헌금을 요구받았다는 응답자가 21.5%로 타나났다. 관례적으로 하고 있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28%로 올라가고, 장로들 중에는 30%가 넘는 응답자들이 특별헌금을 요청받았다고 답변했다.


교회를 다스리고 성도를 권면하는 장로와 집사의 자리에 임명되는 것은 성도로써는 매우 영광된 일이다.

사도행전 6장에 보면 사도를 대신해 성도를 보살필 사람이 필요했고 회중 가운데 7명의 집사를 세웠다는 기록이 나온다. 집사의 임무는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교회의 재정과 업무를 담당한다. 또 집사의 자세로 성경은 교회 출석이 모든 회중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바른 신앙의 자세를 강조한다.


성경에 기록된 장로의 자세 역시 칭찬받을만한 좋은 성격을 가진 자로 행실이 모범이 되고 선을 베푸는 사람으로 교회의 영적 활동과 목사를 조력하는 역할로 요약된다.

과거 한 목회잡지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장로선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영적성숙(45%), 성품과 인격(24%), 교회에 대한 공헌 (23%)로 나타났고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는 각각 3%에서 1%에 머물렀다.


이처럼 교회 직분자는 신앙과 행실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우선된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모범이 되는 사람보다 경제적 능력을 더 우선한다.

평신도 직분자들이 스스로를 계급화 하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집사에서 권사, 항존직 안수집사에 이어 장로까지 계급처럼 나뉜 교회는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장로는 성도들에게 권위를 행사하고 목회자를 견제하는 독특한 권력을 갖는다. 장로들끼리도 물질적 헌신과 사회적 지위로 믿음을 구분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갈보리채플 이요나목사는 ‘니골라당’이라는 표현을 들며 “교회의 직분이 벼슬이 되어 평신도를 지배하는 권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신도 계급화에 대해 한 신학자는 “성도들 스스로가 물질을 기준으로 믿음을 평가하고 직분자를 선출하고 있다”며 “사회적 성공을 교회에 적응하는 잘못된 시각이 직분자들을 망치고 목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도들 스스로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익숙해 정작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물질적 헌신을 충분히 했는데도 교회가 자신을 직분자로 세우지 않을 경우 교회를 옮겨가며 지위를 얻는 성도들도 있다.


하나님의 직분으로 성도들의 의식을 바꾸기란 힘든 일일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비뽑기도 제안되고 있다. 성경적 제비뽑기 운동을 펼치는 박광재목사가 시무하는 영광교회는 임직 선출때마다 놀라운 광경이 목격된다. 임직자를 선출할 시기가 되면 성도들의 기도열기가 뜨겁다. 결정권이 목회자나 성도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손에 달렸으니 기도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동의회가 열리기 전까지 성도들은 불철주야 기도에 힘쓰고 봉사에 힘쓴다. 제비뽑기로 임직자를 선출하고 나면 모두 웃는 얼굴로 축하한다. 떨어진 사람은 후일을 기약하며 다시 기도와 봉사에 힘쓴다. 힘든 소모전도 없고 외형적인 자격 조건에 신경 쓸 일도 없다. 수년간 교회 내 제비뽑기를 지켜본 한 성도는 “신기하게도 꼭 이번에 뽑혀야할 성도가 선출되고 헌신의 정도에 따라 판가름이 나더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헌금 익명제`를 제안한다. 임직자들의 감사헌금은 익명으로 처리하고 또 장로들이 믿음의 깊이로 능력껏 헌금하면 그 또한 익명으로 처리해 직분자들간에 물질적인 헌신으로 위축을 가져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분자 임기제를 도입하는 것도 영성과 봉사읫기을 높일 수 이쓴 방안이다. 장로임기제 도입을 시도한 일부교회들은 "대형교회는 성도들이 서로 얼굴조차 모르고 예배를 드리고 있어 실질적으로 헌신적인 종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이럴 때 장로임기제를 도입하면서 다시 장로직에 임직하기 위해 성심을 다해 헌신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영성고취에 도움이 되더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다행이도 한국교회는 이러한 모든 관습과 잘못된 행태를 버리고 하나님 앞에 거듭나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나누고 있다. 모든 기준을 물질에 두는 한국교회의 물량주의에 대한 반성이 뜨거운 것도 회복에 대한 렴원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는 “성령안에서 도덕성 회복과 세속화 극복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아 예전을 진행했다. 성령1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성령안에서 이뤄내야할 회개와 영적 갱신은 물질주의와 세속적인 삶을 버리는 것. 세상을 지배하는 맘몬의 세력에 대적하고 우리 안에 있는 탐욕을 물리쳐야 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판치는 각종 매매 행태는 물질주의의 결과물이다. 그리스도인의 회복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하는 자는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다”(눅 12:15)는 성경 말씀으로 압축된다.

하나님의 직분에 기쁨으로 감사하여 기도로 헌신으로 물질로 섬기는 성도들이 아직 한국교회에는 많이 있다. 이처럼 순수한 헌신까지 곱지않은 시선으로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목회자와 성도들은 성령에 힘입어 교회에 헌신하고 봉사할 직분자를 영의 눈으로 선출해야 하며 직분자들은 작은 자를 섬기고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삶으로 하루빨리 회복해야만 교회가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하나님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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