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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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찬·반
  • 승인 2001.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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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실시가 발표되면서 교계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확산되고 있다. 주5일 근무에 대한 여론은 목회자와 목회자, 평신도와 평신도들 간에도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실정이며, 도시와 농어촌 교회들 간에도 이를 해석하는 시각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기독교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은 이에 대한 설문 조사를 앞다투어 실시하는가 하면 각 단체들은 찬반에 대한 입장을 정리, 속속 발표하고 있다.

여기 실린 내용은 지난 10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장진경목사)가 개최한 월례발표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기독교 문화 재창출’기회

주 5일 근무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주 5일 근무가 성경에서 명하신 십계명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탐욕스런 인간들이 하나님의 날인 제7일도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일을 함으로 안식일을 지키지 않을 것을 경고하시고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음으로 인해 벌을 주셨을 뿐(출 31:14~16) 어디에도 주 6일을 모두 일하지 않는 것을 책망한 일이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만약 주 6일을 반드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주중에 들어 있는 국가 공휴일이나 연말 연시의 휴식이나 휴가, 그리고 토요일에 반만을 일하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네 모든 일’이라고 한 것은 직장에서의 일뿐 아니라 일상적인 개인의 일과 가정의 일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주 5일 근무가 십계명을 어긴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다음으로 성경해석의 문제는 안식일을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적인 해석에 문자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적으로 지키려 한다면 일주일에 마지막 날을 지키지 않고 첫날을 지키라고 하는가?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해 토요일 오후를 안식일로 하지 않고 일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나 사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의무를 지닌다. 그래서 헌법에 행복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행복하게 되는 것은 국가 헌법 이전에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다(신 10:13, 겔 18:23). 주 5일 근무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사회정의에 부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국민 대다수가 근로자로서 주 5일 근무를 찬성하고 있는데 교회가 나서서 반대한다는 것은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주 5일 근무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유럽 교회의 쇠퇴를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유럽 교회의 쇠퇴원인은 계몽주의 사조와 진화론 등의 인본주의의 득세로 인한 것이며 주 5일 근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주 5일 근무로 인한 경제적인 이해나 득실은 경제 주체들이 잘 알아서 할 것으로 믿어야 한다. 그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가 당장 오늘이나 내일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며 사용주와 근로자, 그리고 정부의 심도 있는 논의 후에 시행되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주 5일 근무가 정치적인 계산이 있느니 시기상조니, 또는 노동 시간의 길고 짧음의 문제 등에 관해서는 교회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교회는 변화되는 환경을 이끌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부정적인 요소는 줄이고 긍정적인 요소는 살려야 하며 기독교 문화를 창출할 기회로 여겨야 한다. 부정적인 요소는 휴일이 늘어남으로 주일 성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대형 교회가 지금도 주일예배를 못 드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토요일에 예배를 드려 주는 일로 인해 주일성수를 안하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데, 이제는 주 5일 근무가 전면적으로 실시된다면 금요일에 예배를 드려줌으로 주일성수 신앙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주 5일 근무로 인해 얻게 될 긍정적 요소는 살려야 한다. 먼저 일요일에 치르는 국가 자격증 시험·공무원 시험을 토요일로 옮기는 일이다. 다음으로 새로운 교회 문화를 창출해 내야 한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말씀 실천의 문화가 되게 하고, 봉사·전도활동, 계층별 혹은 부부가 함께 하는 성경공부를 장려하고 휴일을 건전하게 보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교회는 험난한 길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앞길을 개척해 왔다. 이제 한국 교회는 머지 않은 미래에 주 5일 근무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나 두려워하지 말고 새 시대의 기회라고 여겨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새 역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교회와 민족의 내일을 위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이억주목사(한민제일교회)

향락산업·소비성향 ‘자극’

왜 주 5일 근무제도를 반대하는가?

첫째, 성경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안식하라고 하신 것은 피곤하니까 쉬라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기뻐하고 그것을 유지하면서 즐거워하는 날로 삼게 하기 위함이다. 즉, 괴로운 노동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거룩에 이르는 것이요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성경에는 노동이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귀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사실 세계 모든 철학과 종교에서 노동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성경뿐이다. 성경은 이원론을 배격하므로 노동을 천대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명령으로 보는 것이다. 또 쉬는 것도 노동한 다음에 쉬는 것이지 요즘 농담으로 돌아가는 말처럼 먹고 놀고 쉬고 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사회질서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5일제 근무로 부상할 분야는 관광·여행·백화점·신용카드·외식업 등 모두가 소비성향의 업종이다. 반면 약화되는 분야로는 제조업, 수출위주 산업, 건설, 1차 산업 등 모두가 생산성 업종이다. 이처럼 사치·향락성이 크게 부각될 뿐만 아니라 비틀거리는 공교육제도를 뿌리 채 흔들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일용직·비정규 근로자 수가 전체 노동인구의 50%를 상회하는데 정규 근무자에게 해당될 주 5일 근무제로 이들의 소득감소를 부추기게 될 것이다.

셋째, 국가 경쟁력이 감소될 것이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레저 관련 수요가 10% 가량 증가하게 되고 이에따라 경제 성장률이 0.57% 상승하고 약 65만 명의 고용창출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삼성연구소의 보고에 의하면 이에 따른 기업들의 인건비가 14.5% 상승될 것이고, 인건비 상승으로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속도가 빠르게 될 것이며, 짧은 근무시간 때문에 기업들은 비 정규직을 선호하게 될 것이고, 수출가격은 3.2% 가량 상승될 것이므로 국가 경쟁력을 그만큼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 5단체장들은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고용이 늘고 내수가 살아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임금부담이 늘어나므로 오히려 고용감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넷째, 교회의 전도문이 더 좁아질 것이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주말 연휴가 2일씩이나 되므로 신앙생활에 변수로 작용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다. 서구의 교회들이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된 것도 주 5일 근무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독교방송과 c3tv가 기독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앙생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할 경우 토요일이나 금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한 c3tv의 질문에 33.8%가 긍정적이고 66.2%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이미 시류에 따라 주말교회가 등장했고 토요일에 주일 1부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생긴 것만 보아도 성경적 교회관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고, 초신자나 전도 대상자를 교회로 끌어들이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혹자는 헌금 감소를 우려하는 교회들이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한다는 억측을 하는 이들이 있으나 하나님의 교회를 그렇게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심지어 국민 대다수가 근로자인데 교회만 나서서 반대한다면 그들에게 인심을 잃으려고 자처하는가 하고 인심론을 주장한 목회자도 있다. 그리고 경제 득실이나 이해관계는 근로자와 사용주, 그리고 정부의 결정에 맡겨두어야 한다며 교회의 대 사회적 기능을 축소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경제 득실과 이해관계인가? 국가의 흥망성쇠가 하나님의 손에 있다고 믿는 우리는 하나님의 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것을 알면서 묵과할 수는 없다. 그것은 신앙적으로나 애국심의 측면에서 둘 다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한다.

이종윤목사(서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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