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미국 복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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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미국 복음주의
  • 윤영호
  • 승인 2006.09.26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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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외정책을 움직이며 강력한 영성발휘
 

 

정치영역 넘어 인도주의 도덕운동도 한몫  

지난 레이건 행정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국 기독교계가 5년 전인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사건이후 또 한 번의 도약을 맞으며 미국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를 비롯한 언론계가 미국 기독교계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나섰지만, 사실 미국기독교계의 영향력은 정치 뿐 아니라 인도주의 영역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너진 독재정권을 대신할만한 민주정권 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한편 에이즈퇴치와 지구온난화 방지, 인권운동 등 미국기독교계의 영향력은 이제 정치를 넘어서 인도주의적 영역에까지 그 범위를 넓혀간다는 소식이다./


▲ 미국기독교는 유독 정치적인 사안을 인도주의와 도덕성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중국인 추방과 관련 백악관 앞에서 탄원기도하는 성직자들.
미국기독교계가 정치적인 영역에 끼쳤던 자신의 영향력을 모두 찬성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미국기독교인들은 정치와 분리되어야 할 교회가 백악관을 드나들며 정치인들과 동일한 테이블에서 국내외 정치현안들을 논의함으로써 교회라는 정체성에 심대한 오점을 남기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곤 했었다.


특별히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실각한 백악관 참모출신 찰스 콜슨 법률고문의 경우는, “기독교인이 정치안건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정치적인 안건에 사로잡힌 기독교인들의 눈은 영적인 초점마저 흐리게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인 논쟁에 가담하거나 참여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참여는 하나의 정치안건에 결탁하거나 그 안건을 우리의 주된 소명에 앞세우는 태도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콜슨 고문은 “전쟁을 반대하거나 정치적인 안건을 다루기 위해 의회를 드나드는 일들이, 하나님을 경배하고 복음을 전하고 제자들을 기르는 일보다 우선시됐다”고 한탄했다. 정치에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를 바라보며 꼭 부러워만할 것은 아니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정치인들 “난 복음주의자”자처

헨리 키신저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월터 러셀 미드박사는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 ‘하나님의 나라인가?’(God is Country?)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미국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청교도 복음주의자들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드박사는 최근 미국에서 복음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하면서 이들의 종교적 신념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경향은 미드박사 만의 주장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인 맥그래스 박사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복음주의의 성장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고 그의 저서 ‘기독교의 미래’(IVP)에서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 기독교의 불황 가운데 유독 복음주의권 교회들만은 성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맥그래스박사가 발견한 특이성이다.

지난 미국 대선이 있었던 2004년 복음주의를 자처하는 미국인의 40%(백인복음주의자는 78%)가 부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상하원 의원들의 25%는 스스로를 복음주의로 밝힐 정도로 막강한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정치와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들이 스스로를 복음주의자로 믿는 상황에서 미국 복음주의 교회는 당연히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미국복음주의와 다른 한국교회의 영향력

우리나라의 경우, 복음주의를 자처하는 정치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 보다, 복음주의를 자처하는 목회자도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교회들 혹은 목회자들 대부분은 복음주의자범주 안에 포함된다. 한국의 복음주의는 왜 정치영역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야 어떠하든지 복음주의적 정치라는 말은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 세속의 정치와 하나님의 정치는 질적으로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만약 노아가 복음주의자였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하는 질문이 있다. 개혁주의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노아방주에 실어야 할 짐승들과 식물들은 싣지 않고 그 방주 공간에 사람들을 더 태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조금은 빈정대는 투로 하는 말로, 복음주의자들의 초점은 하나님의 형상 에만 머물러 있어서 창조세계 모두를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여하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활성화 국면을 맞고 있는 교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악순환의 상황 속이지만 무엇보다 기독교인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복음주의교회가, 우리나라는 개혁주의 교회가 강세를 이룬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교회가 정치영역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하나님의 정치’라는 거대한 구조를 전제로 하는 것인지를 한 번 되물어야 한다. 이는 미국의 경우,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한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유독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 비난을 샀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미국복음주의가 이를 바꾸지 않은 것은 ‘하나님의 정치’라는 거대한 틀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최근 강도가 더 세지는 정치적 목소리의 본질을 되물어야 할 때라고 본다. 정치적인 사안 하나하나에 따라 입장을 밝힘으로써 안건처리 여부에 개입하게 된다면 교회는 교회로서의 기능 상당부분을 훼손받게 될 것이다. 세상과 하늘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할 교회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도주의 도덕운동을 주도

우리는 미국의 복음주의교회가 세인으로부터 받는 ‘높은 지지율’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 복음주의교회는 도덕운동 및 인도주의 활동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곧이어 아프리카를 위해 150억 달러를 기부한 것은 눈에 띠는 대목이다. 우리는 여기서 미국 ‘외교관계협의회’ 연구원인 맥마흔의 분석은 설득력을 더해 주고 있다.


그는 부시행정부 이래 미국의 대 아프리카 지원은 67%나 신장됐다고 분석하면서 5개년 계획으로 에이즈퇴치 및 근절에 투입된 15조 달러는 부시 행정부에 로비한 복음주의자들의 노력 결과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와함께 1998년에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 역시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복음주의자들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신장을 우선순위에 설정하도록 정부에 대대적인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맥마흔의 분석이다. 2004년에 이루어진 북한인권법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미국외교정책의 싱크탱크로 인정되는 마이클 호로비치 수석연구원도 ‘기적’이라고 명명할 만큼 파격적으로 통과된 이 법안도 복음주의자들의 압력 덕분에 나타난 결과다. 성 인신매매근절 법안 등 미국기독교는 광범위한 인도적 도덕운동의 확산에 대중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교회의 행보가 꼭 진리라고만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정치적인 영향력을 기대하는 한국교회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혹은 불법을 관행처럼 여기는 부도덕 비윤리의 현실을 단속하는 법안을 입안하도록 적극적인 압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대중적 지지와 함께 이 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교회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익집단처럼 행동하는 현재의 행동양식을 큰 틀에서 바꾸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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