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현실주의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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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현실주의와 교회
  • 윤영호
  • 승인 2006.08.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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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국가이익 우선주의' 교회는 할 말이 없는가
▲ 이라크전쟁은 전세계적으로 국가이익 우선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확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교회는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념논쟁과 신자유주의 현실에서 종말론적 기독교 사관 좌표 찾아야"

이 땅에 복음을 전해야 하는 기독교입장에서 볼 때 급변하는 세계의 상황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복음이 세상에 퍼져나간 방식은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았다. 네로와 도미티안의 박해와 디아스포라, 중세기의 십자군 전쟁, 지리상의 발견과 인쇄술 발명, 종교개혁과 중세기의 몰락, 공업의 발달과 활발한 무역, 현대자본 시장의 거대화 경향, 두 차례의 세계전쟁, 소비에트연방 몰락과 중국의 개방정책, 식량난을 맞은 북한 등등 지난 세기 이래 굵직한 사건들이 복음에 끼친 영향을 엄청난 것이었다.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대형사건일지라도 복음은 이를 그냥 놔두지 않고 새생명을 전파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귀한 교훈을 준다. 복음의 운동력에 대한 강한 깨달음이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은 역사보다 현실주의에 근거한 국가이익에 치우쳐 역사를 대하는 자세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


친일부역자로 비난받은 사람들은 정말로 일본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을까. 하지만 당사자들이 말하는 친일부역은 항간에 오해하는 일본사랑과는 다른 것 같다.


시인 서정주의 말이다. “일본이 그렇게 망할 줄은 몰랐다. 못 가도 100년은 가리라 생각했다.” 소설가 이광수도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영원해 보였고, 그들과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실제행적은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며 애국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영원할 것 같았고 세계의 중심이 될 것 같았던 일본이 망했기에 어쩌면 이들은 친일지식인이 된 것처럼 보인다.

나치수용소에서 독가스실로 들어가던 한 유태인의 일화는 유명하다. 한 유태인은 “나는 이제까지 정말 누구를 해친 적 없이 착하게 살았다. 왜 지금 나에게 이런 일이 닥쳤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때 옆에 있던 유태인의 말. “그것이 바로 당신이 죽어야할 이유요. 당신 주위에서, 이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심했던 것이 바로 당신의 죄요.”

위의 예는, 현 시대의 좌표를 자각하는 역사의식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는 일화들이다. 급변하는 현대시대의 좌표를 제대로 읽어내는 일은 우리의 현실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 좌표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열방구원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다르게 깨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어쩐 일인지 역사를 통한 의식각성을 매우 경솔하게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이익에 함몰된 채 현실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등 과거 역사가 주는 교훈으로부터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같은 몰역사관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역사로부터 배울 것이라고는 없다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장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이성(理性)이 감성을 억누르고 남성이 여성을 지배했으며, 백인이 흑인을 억압한 ‘모더니즘’, 즉 계몽주의의 합리성을 거부하기에 그것을 토대로 형성된 ‘기존의 역사’로서는 도저히 배울 것이 없다고 항변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이 또 다른 이성을 어떻게 지배하고 억압했는지를 폭로하면서 다양성과 자율성, 개성, 대중성을 찬미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이같은 항변은 과거 권력에 대항했던 지식인을 대립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재설정하며 ‘권력과 지식은 동반자’라고 탈이념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니이체와 프로이드로부터 영향을 받은 데리다, 푸코, 라캉, 리오타르 등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시작한 대표적 철학자들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역사는 특정한 논리로 또 다른 논리를 억압했다고 하는 ‘편견의 역사’를 보여준다. 다양성과 개성, 자율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있어 특정한 시각에서 정리된 과거사는 무의미한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으로 볼 때 역사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된다. 보편성을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눈으로 볼 때는 단지 개성과 자율성만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에 시선을 고정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정부나 각종 시민단체 안에서 나오는 ‘국가이익’이란 것이 사실 복음을 전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얼마나 당혹스러운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그냥 넘길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국가이익은 현실주의에 기초함으로써 가능한 발상이다. 아무리 선(善)의 영역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는 가치가 인정되지 않다는 점이 포함됐기에 그렇다.

복음과 세상의 선이 동일한 가치는 아니더라도 세상의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할 기독인의 영역이 보편적 도덕과 규범도 포함한다고 하면, 국가이익이라는 말을 접하는 우리 한국교회는 이를 수긍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인간사에 개입하시고 자신의 거룩성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우리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것이 계몽주의가 그토록 찬미해 마지않는 이성(理性)의 역사일지라도 혹은 감성을 기초로 하는 탈이념의 다원적 역사라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섭리가 내재된 것임을 인정한다. 따라서 혼돈과 과도기를 지나는 한반도의 동북아시아 정세를 보는 눈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정부 여당과 야당 등 위정자들과 아울러 시민단체들이 국가이익에 대해서 하나님 앞에서 이익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 도움은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역사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성경이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계약과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매우 솔직하게 기록한 성경에는, 하나님의 긍휼과 진노, 인간의 배반과 불순종 그리고 축복과 영광의 비전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국가이익을 위해 다양한 외교전술과 국내정책을 펼친 남북왕조들은 그것이 이스라엘을 둘러싼 강대국들을 설득하기에 매우 적절한 것이었음에도 단 하나, 하나님의 계율과 뜻을 저버린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비참함을 겪어야 했다는 기록들로 무성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각종 기술교육과 면허증,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열풍이 뜨겁다. 국가이익에 중독된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열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현실주의가 엄청난 속도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단순하다.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현실의 안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겠지만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의 이익이 우선순위인지 아니면 개인의 이익이 우선인지 매우 곤혹스런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성경을 가르치되 이제부터는 역사관을 심는 교육으로 전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앙부흥이 물질의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식의 물질관을 심어주다 보니 교회는 거대해진 반면 빈곤층은 과거에 비해 더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됐다고 하면 비약일까. 지금 현재 한국교회의 좌표는 미래로 가는 한국교회의 길을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좌표가 왜곡된 물질관에서 비롯된 역사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점검해야 마땅하다. 중국, 미국 가운데서 우왕좌왕하는 국민의 혼돈 속에서 한국교회도 휘둘리고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영적 지도층의 혼란이 문제인 것이다. 이제는 성경이라는 원전(原典)에 돌아가서 차근차근 집어가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이 모두 인문주의자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혼돈과 무질서한 역사관이 삶을 혼탁하게 한다면 우리의 사고방식과 문화, 학문의 기초를 이루는 원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눈앞의 이익에 눈 먼 친일부역자들의 고뇌를 되풀이해서는 않될 것이다.

역사는 바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최적의 현실을 만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교과서이다. 혼돈을 극복하며 국가의 가장 바람직한 이익을 위한 역사교육이 한국교회의 성경으로부터 다시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기대하던 제2의 종교개혁의 시작은 아닐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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