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흘린 눈물, 상처 ... 예수님의 사랑으로 고쳐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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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흘린 눈물, 상처 ... 예수님의 사랑으로 고쳐줄께요
  • 김찬현
  • 승인 2006.08.10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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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2주년맞이한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
▲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
끝도 없이 내렸던 비 때문일까. 서울 가리봉동의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에 검은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구로구 가리봉동. 흔히 구로라고 불리는 곳.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먹고살기 위해 앞만보고 달려가던 60, 70년대 우리네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이 드리워진 곳이다. 시간은 흘러흘러 2000년대로 접어든지도 벌써 여섯해가 지났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외면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 단지 멀리 필리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희망을 찾아왔다는 외국인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을 뿐이다.


● 고됨과 상처로 지친 외국인 노동자들

지난 27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http://www.mwhospital.com) 앞. 병원이 진료를 시작하려면 삼십분이나 남았지만 정문 앞에는 삼삼오오 진료를 받기 위해 미리와서 앉아있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들 머리도 곱슬곱슬하고 피부도 검은 것이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한눈에 이들이 외국인노동자들임을 알 수 있다.


긴 복도에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의자들. 그 의자 위에 병원 문 열린지 채 10분도 지나지않아 빼곡하게 사람들이 앉아 있다. 한명씩 이름을 부르며 진료를 시작하는 의사는 이정도 숫자는 약과라는 눈짓을 한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3층 입원실에 있는 로비. 방글라데시에서 온 셜리나(28세)는 떠듬떠듬 한국말로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있다.


“나… 한국 온지… 4년 됐어…. 기계에 손 다쳤어요… 잠 잘 때도 너무 아파요…. 힘들어요… 도와줘요….” 자신의 처지를 짧고 어눌한 한국말로 표현하던 셜리나는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아무래도 그녀의 처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짧은 한국말보다는 가슴 한 켠에 꾹꾹 눌러 놓았다가 터져버린 울음일지도 모른다.

셜리나가 한국에 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작년 의정부에 있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왼팔이 빨려들어가 왼쪽 손목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생긴 심한 통증으로 재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에서 매주 두 번씩 자원봉사로 진료를 해주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임형진씨는 “셜리나는 현재 팔목부분에 심한 통증과 함께 정신적인 공황상태까지 겹쳐있어 심각한 상태”라고 말한다.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압둘로흐마(23살). 그는 지금 목발을 짚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 석달 전 불법체류 단속에 쫓겨 달아나다 건물에서 떨어져 양쪽 다리에 골절을 입어 입원 중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다른 친구들 아파도 병원비 없어서 못가요. 그런데 여기는 병원비 없어도 치료해줘요.. 여기 좋은 곳이예요”

압둘로흐마는 한국에 온지 6년째. 페인트공장에서 2년 동안 일했고 4년 동안은 가구공장에서 일했다는 그는 다리 부상으로 한국 생활이 더 외롭고 힘들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에 돌아갈 마음은 없다고 말한다.

“한국... 여기 힘들지만 그래도 도와주는 사람들 많아서 좋아요. 여기 의사선생님 간호사 모두 나 도와주는 사람이야..”


● 2년동안 진료한 환자수만 3만 5천명

▲ 입원한 외국인노동자를 진료중인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 이완주원장
 
셜리나나 압둘로흐마처럼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을 찾는 사람은 하루에만 150명 정도. 치과와 한방치료를 받기 위해 오는 환자까지 합하면 300명 정도다. 병원을 개원한지 2년이 지난 지금 챠트에 기록된 환자수만 1만 7천명. 총 환자수만 3만 5천명에 달한다.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은 이유는 진료부터 입원, 수술 등 모든 비용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처음 병원이 시작될 당시 이완주원장 혼자서 진료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공중보건의 다섯명을 지원받고 외과 내과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는 어엿한 중견병원이다. 또 전문의를 둘 여력이 없는 정형외과와 치과 같은 분야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자원봉사 지원을 나오는 전문의로 채우고 있다.

또 작년 10월부터는 응급수술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작돼 한 달에 1천5백만원정도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병원운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완주원장은 털어놓는다.


“현재 약부터 병원에서 이뤄져야하는 사소한 검사까지 모든 것을 다 진행하려면 한달에 1억원 정도가 소요되고 있어요. 또 의사 4명에 간호사 7명 물리치료사, 엑스레이기사 등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의 인건비를 따져보면 많은 분들의 후원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5천만원 정도가 부족한 셈이죠.”

병원이 생겨난 이후로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선한 손길이 이어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이 지고 있는 빚만 3억원 가량. 그러나 병원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맡았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 김해성목사는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병원은 한국 땅에서 말못할 온갖 설움으로 상처받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슬픔의 한을 치유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주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곳입니다.”


● 외국인노동자 돕는 것이 선교거점인데…

이완주원장 역시 오히려 감사가 넘친다.

“병원을 운영한 2년 동안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바로 감사였어요. 병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울때면 어떻게 알고 꼭 도와주시는 분들이 나타나곤 했어요. 하지만 병원이 어려울 때마다 안타깝기는 하죠. 한국교회가 뜻을 모아서 매년 1억정도만 도와준다면 좋겠어요. 많은 교회가 모슬렘권 현지에서 어렵게 선교하려고 하지만 이 병원을 찾는 외국인노동자들을 훈련시켜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내면 그게 바로 선교거점이 될텐데…”


“세 사람이 있는데 가장 힘센 자가 가장 힘없는 자를 착취하려 할 때 나머지 한 사람이 ‘네가 나를 죽이지 않고서는 이 힘없는 자를 아프게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할 때 하늘나라는 이미 이곳에 있다.”

얼마 전 병원 2주년을 기념해 펴낸 ‘Thanks`라는 기념책 속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빈민들의 친구가 되어줬던 아베 피에르 신부의 하늘나라에 대한 이 한마디가 담겨있다. 이것이 바로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이 지금의 재정적 어려움을 딛고 더 큰 보금자리로 성장해 나가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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