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 르포(2) - 동북아 선교의 전초지 연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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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변 르포(2) - 동북아 선교의 전초지 연변교회
  • 승인 2001.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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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선교, 처소교회에서 시작됐다

“형제들아 나의 당한 일이 도리어 복음의 진보가 된 줄을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라.”

비전 동북아팀은 말씀을 묵상하며 단기선교 셋째 날 새벽을 열었다. 처소교회 방문 일정 가운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 하실지 기대감이 생겼다.

삼자교회와 달리 교회로서 중국 당국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처소교회는 가정집 단칸방에서 몰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도문의 한 처소교회로 들어가기 위해 비전 동북아팀원들은 서너 명씩 나뉘어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십여 명의 외국인들이 무리 지어 주택가를 다니면 종교집회를 갖는 것으로 쉽게 의심받기 때문이었다.

“저 하나 잡혀가서 고생하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교인들에게 이 교회 안 나오겠다는 각서까지 받는 것은….”

처소교회 교역자는 끊이지 않는 공안들의 단속과 감시에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공안들이 이곳이 예배당으로 쓰이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연행해 고통을 줄뿐 없애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벌금을 계속 물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처소교회 교역자는 적은 교인수와 잇따른 벌금으로 인해 생긴 재정적 곤란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도 처소교회는 자신보다 어려운 북한을 돕기 위한 사역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었다. 교회로 찾아오는 탈북자들을 정성을 다해 돌보고 제자로 양육하고 있으며 날품팔이해서힘들게 번 돈을 모아 매년 한두 번씩은 옷가지 등 구호품을 가지고 북으로 건너가 복음을 심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삼국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훈춘의 처소교회도 눈물겨운 믿음의 경주를 하고 있었다. 재정이 아무리 열악해도 헌금의 십일조를 선교비로 떼어놓는 믿음의 행함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친척으로 위장해 북한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감시원이 항상 미행하기 때문에 한밤중에 이불을 뒤짚어 쓰고 소곤거리는 말로 하늘의 비밀을 알려준다고 한다. 처소교회 교역자는 자신의 고생을 하소연 할 수도 있건만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채워주시길 기도해 달라고, 하나님의 사역에 계속해서 동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해 비전 동북아팀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작은 예배당이지만 북한의 부흥의 불길이 이 곳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

비전 동북아팀원들은 작은 일에 불평하고 사랑하기보다 비판을 우선 하던 그동안의 사치스런 신앙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선교에 조선족들이 얼마나 귀하게 쓰임받고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됐다. 한쪽 벽의 붉은색 커텐과 조그만 강대상이 전부인 열평 남짓한 예배당에서 비전 동북아팀과 처소교회 교역자는 8백50명 주민들의 구원과 북한복음화를 위해 한 마음으로 뜨겁게 기도했다.

저녁이 되어 비전 동북아팀은 한족교회의 수요예배에 참석해 무언극을 통해 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예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성령의 역사하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는 장면에서 비전 동북아팀원들의 눈에선 왠지 모를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를 바라보는 한족 교인들에게서도 가슴 아픈 탄식 소리가 새어 나왔다.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시는 순간 한족 교인들은 일제히 ‘아멘’으로 화답하며 영광의 박수를 올려드렸다.

말은 통하지 않는 다른 민족이었지만 이미 우린 예수님 안에서 한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여러 민족이 모여 자신의 언어와 정서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작은 천국을 맛볼 수 있었다. 한족교회를 섬기고 있는 조선족 교역자는 예배 후 “여기서는 흔한 찬양 하나 새로 배울 방법이 없는데 이곳까지 찾아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단기선교는 영적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조선족 그리스도인들을 지원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북한과 중국 복음화의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을 처소교회 현장을 보며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새벽 두 명의 자매가 가위에 눌려 팀원들의 잠을 깨웠다. 비전동북아팀원들은 악한 영들을 대적하는 기도를 하고 머물고 있는 숙소를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힘들어하고 있는 자매들에게 평안을 주시고 이 땅을 거룩한 땅으로 바꾸시기를 간구했다.

낯선 환경에서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몸은 피곤했지만 비전 동북아팀원들은 하나님께서 많은 것들을 가르치시고 계심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팀원들간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구자천기자(jcko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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