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삶은 하나님이 주신 소명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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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삶은 하나님이 주신 소명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습니다”
  • 김찬현
  • 승인 2006.07.27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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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녀가장돕기 단체 나눔월드 대표 정선향
▲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고 있는 나눔월드 대표 정선향씨

 

흔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나눌만큼의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남들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세상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이웃들을 향해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또다른 우리의 작은 이웃을 발견할 때면 세상이 더 따뜻하고 살만하다고 느끼게 된다. 아마 그들이 누군가를 돕는 이유는 바로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아픔과 고통의 순간을 겪는 이들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돕지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것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고 있는 나눔월드(www .nanumworld.org) 대표 정선향(29세)씨. 그 역시 이런 사람 중 하나다.


흔히 봉사단체의 대표라고 하면 인생의 무게를 아는 흰머리도 희끗한 인자로운 인상의 어르신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선향씨는 아직도 20대의 미혼의 몸으로 아직 인생의 쓴맛이라고는 어려운 사람의 아픔을 보듬어내기 보단 자신의 꿈을 쫓아 살아가야하는 나이다. 그런 그가 봉사단체를 섬기며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소년소녀가장들을 돕는 것이 가능한 일이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녀만큼 스스로를 위해 살아야하는 사람도 없을 듯하다.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역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뜻을 이어 지금까지도 그들의 손발이 되어 빈민사역을 하고 있는 어머니.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선향씨 역시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목사님이셨던 아버지는 제가 8살되던 해에 돌아가셨어요. 평생을 서울역과 답십리 지역에서 목회를 하셨던 아버지가 주로 하셨던 일은 바로 서울역 주위를 노방전도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다니시면서 오갈데 없는 할아버지, 집나온 아이들을 만나시면 집으로 데려와 입히고 씻기고 헌신적으로 돌봐주셨어요.”

어린 시절 선향씨의 뇌리 속에 있는 그의 집은 많을 때는 30명쯤 적게는 20명되는 노숙인들이 함께 기거하는 집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노숙인 시설쯤으로 생각할 법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분의 삶을 하나님께 온전히 바쳤다고 생각하셨어요. 세상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오로지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 내 일이요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셨던거죠.”


아버지의 이런 사역이 주위에 전해지면서 한 독지가가 경기도 용인에 3천평 정도의 자신 소유의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면서 선향씨의 대가족들은 그곳에 터를 잡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되지않아 그의 아버지가 과로로 돌아가시면서 안그래도 어렵던 형편이 말할 수 없이 궁핍하게 됐다.

“어린시절 제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일하시는 아버지셨어요. 낮에는 가족과 아버지가 데려오신 사람들을 위해 허리한번 펴지못하면서 농삿일을 하셨구요, 밤에는 전도 다니셨어요. 그러다가 덜컥 쓰러지셨고 병원에 입한한 뒤 2~3개월을 못 넘기시고 돌아가셨어요.”


지금와서 이야기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시고난 뒤 선향씨 가족의 삶은 말할 수 없이 궁핍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의 대가족들이 머물던 용인땅도 누군가에게 팔려 이사비용만 받은 채 쫓겨나야만했고 20~30명되는 대식구가 반찬하나 없이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로 끼니를 때우기가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강한 사람이었고, 하나님이 맡겨주신 소명을 철저히 쫓아가는 분이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도 아버지가 해오셨던 일을 포기하지않으시고 계속 해오셨어요. 모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충북지역 여기저기를 떠돌듯하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기를 돌보지않고 계속 사역하셨어요.”


이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의 형제들 역시 자기 욕심을 채우는 것보다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더 익숙했다. 사춘기시절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위해 자신의 가정을 돌보는 것조차 소홀했던 부모님에 대해 원망도 했을 법한데 선향씨나 그의 형제들은 그렇지않았다.

“가난한 형편에 더 가난한 사람을 돕느라 저나 저의 형제들 모두 학교를 다닐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형제들 모두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 고등학교 전 과정을 마쳐야만 했죠. 그리고 낮에는 아르바이트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머니를 도왔고 그땐 그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했어요.”

▲ 나눔월드에서는 매 여름 소년소녀가장들과 캠프를 하고 있다.

어머니의 사역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였던 선향씨였지만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고 싶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다는 선향씨는 작가가 되겠다는 그녀만의 꿈이 있었다.

“저라고 왜 꿈이 없었겠어요. 너무 하고 싶은 것이 많았죠. 어렸을 때부터 책을 유난히 좋아했어요. 책을 읽다보면 나를 어렵고 힘들게 만들던 것들을 싹 잊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는 꼭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겠다는 게 제 꿈이었어요.”

작가가 꿈이었다는 선향씨지만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그녀의 삶을 지금의 베푸는 인생으로 이끌어왔다.

“19살 때였어요. 어머니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는 정상적이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많았어요. 부모로부터도 버림받고, 고아원에서도 말썽을 일으켜 쫓겨나 한마디로 가정과 사회로부터 모두 버림받은 아이들이니 아이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어요.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의 미래가 너무 막막하고 답답했죠. 어떻게하면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근처 있는 공병대 대대장님께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조그마한 교실을 하나 지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지어진 교실에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을 채워 넣기 위해 지역신문에 광고도 내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도 찾았어요. 부족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난 후에 그 교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어요.”

그러나 선향씨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닫힌 마음을 열지는 않았다. 환경이 좋아졌을 뿐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가족과 이웃에게 버림받고 소외되면서 받은 상처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고, 사람에 대한 믿음도 가지지 못한 채 단단한 빗장처럼 불신의 벽으로 막혀있었던 것.

그런 아이들을 보며 선향씨는 큰 결심을 하게됐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이 아이들, 그대로 두면 어떻게 살아갈지 결과가 뻔히 보이는 불쌍한 이 아이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것.

“제 부모님들이 보여주신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열정이 존경스럽기는 했지만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제가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아픔을 제 아픔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들을 위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된 거죠.”


선향씨는 지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원했지만 형편상 미뤄놨던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2년전부터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배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정서를 어루만져주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제 스스로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배워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눔월드를 꾸려가면서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시작하게 됐습니다.”


섬김이라는 것을 흔히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섬김은 섬김을 필요로하는 한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기에 섬김이의 자질과 역량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기에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조건없이 나누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난하기는 했지만 어려운 이웃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부모님으로부터 소중한 유산으로 물려받은 선향씨.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70명의 소년소녀가장, 사랑하는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그의 꿈을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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