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독교문화 진단(3)-기독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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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기독교문화 진단(3)-기독교문학
  • 승인 200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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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학이 혼란한 시대를 정화한다”

흔히 기독교 문학이라고 하면 기독교인이 기독교적 내용을 담은 작품을 썼을 때 기독교 문학이라 칭한다. 그러나 보다 광범위하게 접근하면 비기독교인이 기독교적 소재를 다룬 작품이나 기독교를 비판한 작품까지도 기독교와 연관된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인들의 견해다.

하지만 소설가 이승우씨는 기독교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모든 작품에 문학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학이 호교문서나 전도지와 같을 수 없다”는 그는 설교나 간증문이 문학의 이름을 얻기 힘든 이유도 문학성이 내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문학적 가치가 담긴 한국 기독교 문학의 시초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개화기 신문학을 만날 수 있다. 번역·창가·신소설이 주류를 이뤘던 개화기 문학은 성서와 찬송가 번역과 함께 서구문학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찬송가는 창가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나아가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신체시를 등장시켰다.

이후 김현승, 박목월, 박두진에 이르는 시인들이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작품을 선보였고 황금찬, 이성교 시인에 이어 80년대 이후 최은하, 박이도 시인 등이 기독교 문학의 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1900년대 초반기부터 시작된 기독교 문학은 시대의 사조를 기독교적 시각으로 읽어 냈으며 그릇된 것에 비판을 가하는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문학이 교회성장에 끼친 공헌은 아주 미약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이야기다.

경희대 국문과 박이도 교수는 “한국 교회가 국내 소설이나 문학작품을 유교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배타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교회의 행동은 기독교 문학이 교회를 살찌우고 평신도들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상실케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 특히 당대의 문화를 무조건 배타하고 보는 교회의 습성은 문학이 교회의 문조차 두드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박이도 교수는 “이런 여건 속에서는 기독교 문학이 제대로 된 가치를 발할 수가 없다”며 “전도지 수준의 전도방식을 벗어나 반기독교적 문화에 당당히 대응하는 대안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21세기에 맞는 전도법”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에도 문학은 시대의 소리를 듣는 귀가 있고 교회의 잘못을 말하는 입이 있으며 반기독교적 문화를 읽어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 문학의 장르가 다양해진 이 시대에 아직도 문학이 유교적 성향을 담고 있다고 배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기독교 문학과 같은 고차원적이고 적극적인 매체는 혼란한 시대를 정화하는 선교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서구 사회가 기독교 음악이나 미술, 문학 등 문화사조를 통해 지식사회를 이룩한 것처럼 한국 교회도 수준있는 문인이나 문학작품을 통해 전문적인 전도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변화의 시대인 21세기에 교회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대안 매체로 기독교 문학이 큰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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