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호국의 신념과 전쟁의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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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호국의 신념과 전쟁의 소문
  • 윤영호
  • 승인 2006.05.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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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전쟁 미화하는 타락의 폭력성 갈수록 기승
▲ 십자군전쟁은 1096년부터 200동안 8차에 걸쳐 진행하면서 세속전쟁보다 더 심각한 살육을 보였다.

 

 

- 새 국면 맞은 전쟁

- 과연 성전(聖戰)은 있나

- 평화 가면 쓴 전쟁의 기만

- 위세 떨치는 ‘정당 전쟁론’


대량살육의 끔찍한 전쟁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점은 이 전쟁이 결코 ‘선’(善)의 영역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쟁은 인간의 타락을 알려주는 한 단면으로 보면 될 것이다. 가인이 아벨을 죽인 사건이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이라면, 전쟁의 기원 역시 타락의 결과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의 입장이다. 호국보훈의 달로 지켜온 6월은 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하지만 문제는 타락의 결과로 나타난 전쟁을 미화하는 상황들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고, 이런 연장선에서 ‘선제공격’이라는 말까지 튀어나오고 있다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우리의 전쟁은 의(義)롭지만 적대국가의 전쟁은 불의(不義)하다는 주장인데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지난 91년 일어난 걸프전쟁을 미국이 어떻게 설명했는지 기억한다. 지난 91년 2월3일, 현재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H.W.부시 대통령은 주일이었던 당시 텔레비전과 라디오 그리고 개신교 지도자들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걸프전쟁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이 전쟁이 의로운 전쟁(Just War)이며,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우리가 기필코 이길 전쟁이라는 것을 압니다.”

쿠웨이트를 공격한 이라크의 도발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한 것으로 미국은 이같은 불의한 일이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것에 강력히 응징함으로써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한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의로운 전쟁’이라고 미국전역과 전세계에 설명한 것이다.


구약: 예배로서 이스라엘의 전쟁

구약성경에서 발견되는 전쟁에 대한 독특한 입장, 즉 의로운 전쟁은 히브리만이 아니라 고대근동 시대에 여러 부분에서 발견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공통점인 부분은 고대제국의 강력한 힘에 맞선 힘없는 사람들의 저항을 일컬어 ‘의로운 전쟁’으로 불렀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구약 성경의 ‘의로운 전쟁’은 고대근동의 열방 제국의 견고한 통치권에 맞선 힘없는 히브리족속의 저항을 하나님이 견인해 주었고 심지어 하나님께서 직접 싸우셨다는 의미로 설명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구약 신학자인 폰 라드가 쓴 ‘고대 이스라엘의 거룩한 전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전쟁이 ‘거룩한 전쟁’인 까닭은 그것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폰 라드는 거룩한 전쟁을 시작할 때 나팔을 부는 행위나 모세, 여호수아, 드보라, 기드온 등 전쟁선지자의 신탁에 의해 선포되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 때 군인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자원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 군인들을 ‘여호와의 백성’으로서 종교적인 규율을 지키는 성별의 의무가 있음을 지적했다. 금욕, 맹세, 군대진영의 거룩성 유지, 성별된 무기 사용 등을 사례로 꼽았다.

특히 폰 라드는 전리품들을 모두 하나님께 바친 것이나 가축들을 희생제물로 봉헌한 것들을 예로 들면서 성경의 거룩한 전쟁이 왜 세속전쟁과 구별돼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우리는 구약성경에서 나타난 거룩한 전쟁은 배경이 신정통치 시대였다는 점에서, 전쟁을 선포한 지도자의 자격이 사사였다는 점에서, 전쟁에 나설 군인들이 예배공동체로서 성결함과 종교적 규율을 엄수했다는 점에서, 모든 전리품을 하나님의 것으로 바쳤다는 점에서 구별된다는 사실을 보았다.


해석된 의로운 전쟁의 전통

구약의 거룩한 전쟁은 신정통치의 배경이었던 상황에서 나타난 약소민족의 처절했던 싸움을 보여준다. 생각해 보자. 강력한 철권통치로 훈련받은 무쇠군대를 압도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사용했던 방법들은 매우 단순해 보인다. 이방군대보다 더 우월한 무기를 만들거나 탈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을 이기기 위해 상상도 못할 군사훈련을 했다는 기록은 한군데도 없다. 단지 하나님의 허락과 하나님이 보여주신 방법 그리고 하나님이 제시한 규율을 그대로 준수하는 것뿐이었다.


‘의로운 전쟁’은 4세기 어거스틴이 기독교화하여 13세기 토마스 아퀴나스가 체계화했으며, 16세기 프란체스코가 더 발전시켰다. 이 개념은 대부분의 개신교가 인정하는 개념인데 요약하면 △공식적인 선포 △최후의 수단 △정당한 근거 △올바른 의도 △균형잡힌 수단 △비전투원 면제 △합리적인 기대 등 총7가지로 세분된다. 

세계적인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 박사는 이 7가지 요소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전쟁의 이유가 의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적이 아니라 방어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인권을 옹호하면서 모든 협상이 실패했을 때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 포함된다.

둘째는, 수단이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가해진 폭력(전쟁 후)이 기존의 폭력(전쟁 전)보다 더 적어야 한다는 뜻이며, 전투 때에는 민간인들이 공격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는, 결과가 예측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예상된 전쟁비용 안에서 종결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스토트박사는 결국 의로운 전쟁이란 의로운 이유를 위해, 통제된 수단을 사용하여,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갖고 싸우는 전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스토트박사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의로운 전쟁이론은 단지 하나의 전통일 뿐이다. 성경을 근거로 그것을 권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구약에서 여호와가 전쟁을 명하고 지시하셨다는 근거로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한 것들은 하나님이 특별히 재가하신 것이었으며, 오늘날 ‘거룩한 나라’, 하나님의 특별한 언약백성, 독특한 신정체제였던 이스라엘과 같은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교회마저 정당화 시킨 세속전쟁 

스토트박사의 이같은 설명은 의로운 전쟁은 성경에서 이미 종결되었음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의로워야 할 7조건을 성립시키기에는 우리의 죄악성이 너무 크고 깊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의로운 전쟁으로 강조돼온 ‘십자군전쟁’이 결코 세속의 그 어느 전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1095년 크레르몽 종교회의에서 교황 우르반2세가 십자군전쟁을 성전(聖戰)으로 선포한 이래 서구 기독교국가들은 항상 자신의 세속전쟁을 성전으로 정당화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려왔다.


서부개척시대에도 청교도들은 악마의 예속으로부터 인디언을 구출한다며 서부로 이동했지만, 사실 그것은 인디언 선교나 해방이 아니라 섬멸이었다. 남북나눔운동 사무국장을 역임한 이문식목사(남서울 산본교회)는 “1913년 멕시코 군사개입을 선언한 윌슨 대통령의 담화문은 온통 성경구절로 가득차 있었으며, 부시 미국대통령 역시 걸프전 회견 이후 하나님을 향해 장엄한 기도로 끝을 맺었다”며 세속전쟁의 미화작업을 꼬집었다.

우리는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이 공산주의를 막아낸 자유세계의 승리라고 해석하면서 공산국가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일부 국가들의 정책에 구지 반대하지 않는다.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하는 전쟁을 정의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걸프전을 놓고 아버지 부시가 그랬듯이 아들 부시도 찬반의 여론에 직면해 있다. 객관적으로 의로운 전쟁의 7요소를 충족하지 못한 한계 때문에 우리는 걸프전에 대해 일단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과거 11세기 십자군전쟁을 포함해서 한국전쟁과 두차례의 걸프전 그리고 지구곳곳의 전쟁과 내란 등은 그 원인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거룩성을 담보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요소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세속의 정치적 행위로서 전쟁을 여호와의 전쟁으로 미화시켜온 ‘신성모독’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을 기만한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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