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떠난 아내를 그리며 눈물의 간증 펴낸 이주선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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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떠난 아내를 그리며 눈물의 간증 펴낸 이주선 집사
  • 승인 200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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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품으로 아내는 떠나고 나는 홀로 기도합니다”

“암투병하는 아내를 위해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끝내 세상을 떠났고 잠시 하나님의 뜻을 몰라 방황했습니다. 아내가 떠난지 일년, 이제 다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 편지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되찾고 하늘나라 아내에게 띄운 편지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이주선 집사(43·숭덕교회). 그가 암투병하는 아내의 곁을 지킨 2년의 시간을 눈물어린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결국 아내는 하나님의 곁으로 갔지만 백일간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아낸 그의 마음은 한없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한 가족의 좌절과 고통 그리고 절망의 순간에 늘 함께 하신 하나님. 그는 잠시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 세밀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이 집사는 열성적인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와는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다. 신앙적 정서때문인지 대학 다닐 때도 친구들이 수없이 전도를 해왔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대학 초년시절 학생운동 때문에 기독교는 더욱 멀어졌다. 그러나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학생운동을 했던 탓에 기숙사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마땅한 거처가 없어 방황하던 그는 지방 학생을 대상으로 교회에서 운영되던 ‘숭덕학사’라는 곳에 들어가게 됐다.

숭덕학사는 기독교인이건 비기독교인이건 매일 새벽기도와 주일예배에 참석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학생을 입사켰다. 이곳에서 5년 동안 살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교회를 접한 것. 3년만에 신앙고백을 했지만 바뀐 상황에 적응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신앙을 갖기 전에는 모든 행위가 정당해 보였는데 예수를 믿으면서 연약함과 무지함이 신랄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주님을 영접하는 것이 기쁨이 아니라 삶의 불일치에서 오는 혼란 그 자체로 다가왔다. 예수를 잘 믿는 것으로 사회를 개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익은 신앙관 또한 그의 혼란에 한 몫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가족과 함께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에게 오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은 교육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지혜로 변하는 것이라는 진리였다. 5년간의 유학생활 동안 4일은 학교, 3일은 교회에서 보내며 하나님의 지혜를 알기 위해 헌신했다. 교회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그는 재정보고 시험보는 날과 겹치면 재정보고서를 만들고 시간이 남으면 공부할 정도로 교회 일에 열과 성을 다해 봉사했다.

다행히 아내도 신앙생활에 잘 적응해 그와 아내는 매주 성경공부를 하면서 더욱 성숙해졌고 철야기도에서 방언의 은사를 받는 체험까지 했다.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미국을 떠날 때까지 부부싸움은 한 적이 없고 50여 가정을 전도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토록 살가운 아내를 보내야만 하다니…. 아내를 생각하는 그의 눈가가 다시금 붉어진다.

한국에 귀국해서 얼마간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서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98년 5월. 부인은 왼쪽 허벅지가 커보인다며 건강에 이상을 느꼈다. 이 집사는 병원에 가는 것을 권유는 했지만 당시 경제 전문인으로 연구작업 외에도 방송매체를 상대로 글쓰고 인터뷰하는 등 바쁜 업무로 진료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계속 상태는 악화되고 있었다.

결국 시간이 흐른 뒤 암 전문병원을 찾아 CT 촬영을 해보니 아내는 암이었고 의사는 2개월의 시간을 허락했다. 아무것도 의지할 것이 없었다. 있다면 오직 하나님뿐. 그는 하나님안에서 사탄과 전쟁을 치루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부인을 병원에 두고 노방전도를 시작했다. 사단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당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맞서서 이기자는 독한 마음을 먹었다. 서울역과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전도지를 돌렸다. 경찰서에도 잡혀가기도 했지만 이 집사는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감사함으로 임했다. 그리고 아픈 아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 아내는 병원의 선고와는 달리 2년 간 투병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이런 영적싸움에도 아랑곳없이 2년의 투병을 마치고 먼저 세상을 떠나갔다. 살려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분명히 있었는데 아내는 결국 떠나고 만 것이다. 그날 이후 이 집사의 모든 것은 엉망이 돼버렸다. 하나님과 기도로 만나는 시간도 없어졌으며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도 들을 수가 없었다. ‘왜 아내를 그렇게 쉽게 데리고 가셨냐’는 원망만이 남았다.

원망의 기도 중에 있던 그의 머리 속에 문득 에스겔의 아내를 데리고 간 하나님이 생각났다. ‘네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내가 내일 데리고 갈 것이다.’ 하나님이 이럴 수 있을까? 아무 잘못도 없는 아내를 왜 데리고 갈까. 계속되는 반문 속에 하나님의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에스겔의 아내를 통한 권면은 그를 새롭게 했다. 아내를 데려간 것도 고통을 없애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며 지금 세상에서 사는 고통을 줄이고 지금보다 더 나은 곳에서 살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의 축복이었다.

생각를 바꿔보니 감사 그 자체였다. 하나님은 2달밖에 못 산다는 아내를 2년이나 살게 해줬고 아내를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시간과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주선 집사는 그 감사의 마음을 책으로 묶어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토해 놓았다.

‘오늘도 내 안의 당신을 사랑합니다’(다우출판사).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아내를 향한 그의 기도였다. 20년 동안 아내와 함께 한 삶이 잘 정리된 책이다. 또한 아이들이 엄마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글로 남겨둔 것이다.

이 집사는 언제나 성경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묵상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충전한다. 그리고 직장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가정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아버지로서 부정(父情)을 전한다. 어려서 타국 생활을 한 탓에 한국에 잘 적응하지 못했는데 엄마마저 잃고 자칫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었지만 신앙 덕에 올곧게 잘 성장하고 있다.

아내가 떠난 자리는 늘 허전하다. 그러나 이주선 집사는 십자가의 가시를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남을 배려할 수 있는 ‘그늘이 되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 위해 그는 오늘도 하나님과 동행한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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