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어디로 가나(10) - 대사회 문제 대응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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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어디로 가나(10) - 대사회 문제 대응 혼란
  • 승인 200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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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근무무·후임목회자 등 ‘내부갈등’정리 미숙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교회의 생각이 벌써부터 양 갈래다. 교회 내부로부터 시작해서 대사회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한국 교회가 보여온 모습은 아쉽게도 천갈래 만갈래 소리뿐, 하나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정부가 최근 주 5일 근무제도를 도입할 의지를 비추자 기독교계는 ‘성경에 위배되는 정책’이라며 반대의사를 나타낸 반면 ‘기독교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며 환영하고 있다.

최근 일간지에 기고한 한기총 교회발전위원회 위원장 이종윤 목사(서울장로교회)는 엿새 동안 일하고 7일째를 거룩히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위배한 것으로 영적전쟁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발족한 한국교회언론위원회 상임위원인 이억주 목사(한민제일교회)는 이와 다른 주장이다. 이 목사 역시 최근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기독교 문화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계기라고 환영하며 봉사활동과 전도여행,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회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주 5일 근무제가 되면 그동안 주일에 실시되던 국가고시도 토요일에 배치돼 주일성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경해석에 대해서도 6일동안 일하고 7일째를 거룩히 지키라는 것은 6일 간 노동하라는 것이 아닌 일주일 중 하루를 거룩하게 지키라는 적극적인 명령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목회자의 입장 차이는 인정하지만 문제는, 개인 자격으로 주일성수 문제를 일반 매스컴을 통해 주장해도 괜챦냐는 것이다. 한국 교회에는 타종단에 비해 비교적 많은 단체·교단이 있다. 단체의 경우 대부분이 내세우는 것이 ‘연합단체’성격인데 과거 어느 때든지 한국 교회를 대표할 만한 논평을 낸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그나마 논평을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교단마다 개인마다 논평과 별개 활동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여의도순복음회 조용기 목사도 주일예배 때 주 5일 근무제 반대입장을 보이며 6일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가 예배 후 “공식 입장이 아니며 신학연구소를 거친 후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교회 관계자가 긴급 발표했다. 교단의 경우, 감리교 본부의 한 관계자는 “감리교는 이미 5일 근무제를 실시한지 오래”라며 “사회적으로 5일 근무를 한다고 해도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장 합동측도 “우리는 과거에도 어떠한 입장도 발표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런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적했듯이 교단은 교단대로 입장 발표를 유보하고 있고, 단체는 단체대로 개인들이 나서 한국 교회의 입장을 대변하듯 일반 매스컴에서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예장 통합측만 올 10월 사회문제전문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단 목소리를 수렴할 창구가 개설돼 있어 다행이다.

한국신학연구소 함승우 총무부장의 말. “주 5일 근무제는 풀타임 근무가 감소하는 대신 파트타임 근무는 오히려 늘어나게 돼 주일성수를 우려하는 한국 교회가 더 근심하게 될 것이다. 풀타임 근무자가 5일 근무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이 공간을 파트타임 근무자가 대치함으로써 지금보다 주일에 더 많은 인력을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함승우 부장은 실직자가 줄지않은 상황에서 파트타임도 좋은 일자리이지만 교회 입장에서는 난처한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이 경제·정치상황을 고려한 객관적인 자료를 취합, 교회와 근로자, 기업을 위해 어떤 정책이 효과적인지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이 나서 발표한 발언이 오히려 혼선과 갈등을 야기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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