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기도할 비상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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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기도할 비상시기다
  • 승인 2001.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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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8.15 남북공동 행사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이 이번에는 ‘방명록 파문’을 일으켰다. 평양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석한 남측 대표단 일부가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등의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는 것이다. 또 방북 중 통일연대는 “연방제 통일방안은 문제될게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같은 글들은 내용으로 보아 우리의 통일기본 노선이나 국민정서와는 크게 어긋난다는 점에서 사회혼선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대화가 교착국면에 빠진 가운데 ‘평양민족통일대축전’을 둘러싸고 발생한 혼돈상은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추진된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재점검되어야 할 때임을 단적으로 제기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평양 행사에서 잇따라 발생한 파문에 엄정 대처키로 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번 일을 향후 남북관계 등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대북정책의 지지기반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우리가 북한과의 공존 내지 평화를 유지해 온 기본 뜻은 하나의 체제가 다른 체제를 압도하는 방식보다는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선에서 북의 주민을 돕고 북의 경제에 도움을 주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에 있다. 그런데 그런 국민적 공감대와 컨센서스의 선을 넘어 북의 체제를 찬양하고 행동하는 일탈행위를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평양에서 있었던 사태는 우리 대다수 국민으로 하여금 이같은 ‘일탈’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과 남한 사회의 분열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의 통일전선 노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직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6.15 이후 북한이 변화되었다는 징조는 별로 찾을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모스크바 방문에서 주한 미군 철수는 초미의 문제라고 선언했고, 북한은 노동당 규약도 개정하지 않았다. 북한 변화론의 실체가 허공에 뜬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연방제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당국의 안이한 대북 인식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이 과연 무엇인지 확실히 하여 국론 분열과 혼선을 막아야 할 것이다. ‘낭만적 통일론’에 함몰돼 있는 일부 민간단체 및 인사들의 대규모 방북을 허용한 기준과 배경은 무엇인지, 이로 인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남남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것인지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 북측도 이제는 남측의 민간단체를 자신의 통일전술을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성찰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번 평양사태를 통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교회가 깨어 기도 할 비상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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