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중소교회를 지향한다
상태바
건강한중소교회를 지향한다
  • 승인 2001.0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주채목사(향상교회)

요즘은 교회 안팍에서 대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들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크다는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 교회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대 교회라고 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은 교회라고 해서 다 좋고, 건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작은 교회들에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우선 건강한 교회라면 대부분 성장하게 된다. 질적으로 성장하는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치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성장하다 보면 중소 교회가 대 교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은 건전한 대 교회가 아니라 대 교회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온갖 수단방법과 전략을 다 동원하는 성장주의다. 그리고 성장할 때는 영적이었는데, 성장한 후에는 세속적으로 변질되는 교회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는 몇몇 대교회들에 이런 문제들이 있어 비난을 당하고 있다.

교회분립운동 일어나야

그래서 필자는 교회분립운동이 좀 더 강하게 일어났으면 한다. 대 교회들에 문제가 있든 없든 건전한 중소 교회를 많이 세우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 교회는 아무래도 성도의 교제와 평신도의 사역의 측면에서 약화되기 쉽다. 큰 교회들이 큰 일도 많이 하지만 성도들 개개인으로 보면 익명으로 숨는 교인들이 많다. 특히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상처받은 ‘탈 교회 교인들’이 대 교회로 숨어드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대 교회는 그만큼 강한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이 필요하고, 이런 리더십은 원하든 원치 않든 인본주의에 빠질 위험이 훨씬 크다. 그리스도의 주권과 영광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고 인간 지도자의 영향력은 막강해진다. 그러다 보니 리더십의 교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21세기는 개인의 카리스마적인 지도력보다는 회중(공동체)이 공유하는 지도력이 더 요청될 것이다. 공동체도 군중보다 따뜻한 소그룹이 힘을 더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뭐든 큰 것보다도 작고도 특징있는 알찬 것들이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교회분립 개척은 이미 수년 전부터 몇몇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소리 없이 해 왔다. 인천 부평의 어느 목사님은 교인 수가 수백 명으로 불어나면 자신이 일부 교인들과 함께 교회를 분립하여 여러 교회를 세웠다. 서울 강남의 어느 중형 교회는 이미 다섯 교회를 분립 개척했고, 강동의 어느 교회도 신도시 등에 자기 교회 교인들이 많이 이주하면 부목사를 보내고 재정적으로도 적극 지원하여 분립 개척케 함으로써 이미 많은 지교회를 설립했다.

이 외에도 많은 교회들이 자기 교회의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도시 등에 개척 교회들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대 교회들도 ‘지점(?) 성전’ 같은 이상한 교회들을 세울 것이 아니라 분립 교회를 많이 세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리더십도 자연히 여러 사람들에게 이양하고 공유하게 될 것이고, 전도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실중앙교회의 예

필자가 섬기던 잠실중앙교회는 개척 교회도 세웠지만 작년에는 교회를 분립하는 일도 했다. ‘우리는 건전한 중소 교회를 지향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1989년에 제직들의 컨센서스를 통해 ‘주일예배 성인의 회집 수가 1천5백 명을 넘으면 교회를 분립한다’는 결정을 했다.

당시 회집 수는 약 6백50명이었는데, 그 때는 이 일이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하나의 건전한 희망사항 정도로 생각하고 결정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의 씨가 되어 계속 남아 있다가 때가 되니 발아하여 결실하였다.

1997년부터 회집 수가 1천5백 명 선에 육박하였으므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교회가 이제 좀 힘이 있어서 선교와 사회봉사를 위한 사역을 본격적으로 할 때가 되었는데 교회를 분립하면 이런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소수였지만 강한 반대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교회 설립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봉사가 더 중요한 때라는 주장이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의견이었다. 토론 끝에 투표까지 해서 분립을 다시 확인하였다.

재정은 본 교회가 분립 교회에 재산의 일부를 나누어 준다는 취지로 교육관 일부를 매각하고 성도들이 헌금을 하여 20억 원을 지원키로 하였다.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역시 담임목사의 거취였다. 필자는 이 문제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분립의 취지를 살리고 분립 교회가 제대로 되려면 담임목사가 분립되는 교회로 가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본 교회를 사임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운 인도였다. 본 교회의 일부 교인들 중에는 섭섭함과 그로 인한 약간의 오해가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모든 일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감사하고 있다. 필자가 교회 분립을 하고 난 후에 가지게 된 소박한 믿음은 ‘우리가 선한 뜻을 정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신다’는 것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