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선물은 친구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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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선물은 친구가 되는 것”
  • 관리자
  • 승인 2006.03.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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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해외봉사단 ‘필리핀 디날루피안’ 봉사활동(1)

김덕만<백석봉사단 단장>

사랑에 관한 한두 가지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를 사랑함은 서로를 희생하는 것이다(To love each other means to sacrifice each other.).’


처음에 나는 걱정했다. 과연 우리가 무엇을 그들에게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봉사가 시작되고 나서 일주일 쯤 되서, 우리들이 필리핀 민박집에 초청되고 그들과 함께 삶을 체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 우리는 무언가를 그들에게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국에서 필리핀까지 날아간 것도 우리고 그들을 위한 교육계획과 봉사계획도 모두 우리들에 의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주도권과 경제적인 우월적 지위 때문에 분명 우리는 그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리고 할 수 있다는 그런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미리부터 얼마간의 성취감과 자족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생각들이 얼마나 부족한 것이었는지를 그곳 생활을 통해 점점 깨닫게 되었다. 그곳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그리고 그곳 가정을 방문하게 되면서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섬김을 받으며 우리의 성취감과 우리의 자족감이 얼마나 가벼웠던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봉사는 우리의 것을 약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됨으로 우리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것임을 반성하게 된 것이다.


두 주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바로 전날 시장님과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폐회식을 거행했다. 엄숙하게 진행되던 폐회식의 끝 무렵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터졌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필리핀 학생이 아니라 우리 학생임을 알고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기저기서 눈물소리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장내는 곧 울음바다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눈물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감동 없이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두가 함께 그리고 문화가 다른 친구들이 함께 부둥켜안고 그렇게 울지는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좋은 친구였던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나 나름대로 우리 학생들과 친구가 되는 기간이었다. 함께 밥 먹고 같이 트럭타고 다니면서 말이다. 덜컹거리는 트럭 위에서 필리핀의 푸른 하늘을 보기도 했고 필리핀 물소 카라바오를 비켜가며 12월의 푸른 논도 보았다. 트럭이 행 길을 지날 때면 트라이시클을 타고 미소 짓는 아저씨에게 함께 손을 흔들며 지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의 봉사지 루아칸 국립 고등학교에 도착해서 오전에는 컴퓨터 교육, 태권도 교육, 한국 전통음악교육, 한국어 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작업복과 작업화를 갈아 신고 같이 페인트를 칠했다. 대학에서 가르친 지 8년이 됐지만 이렇게 학생들과 밀접하게 동고동락 하면서 지내긴 정말 처음이다. 그것도 성탄절을 전후해서 말이다.


우리가 맡은 임무 교실 세 칸을 정리하고 페인트칠을 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작업이 힘들어서 라기 보다 처음 하는 일이고 도구나 연장이 한국에서처럼 익숙하거나 수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불평 한 마디 않고 열심히 봉사에 전념하는 학생들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면서도 친구들을 북돋고 격려해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에 좋았다.

너무 진을 쏟고 일하다 탈진해 버린 두 효정이들(조효정, 임효정), 팀의 막내지만 대단한 리더십을 보여준 소리, 감전 사고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경아, 팀 리더로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떠맡았던 일철과 정은, 천사표 미소로 두 몫 이상씩 감당했던 영란과 시내, 태권도에서 20대 마지막의 힘을 보여준 미영, 그리고  필리핀 여고생들의 히어로 경원과 종욱, 늘 주인공(구영탄) 같은 신학생 진혁, 깔끔한 어학실력으로 장내를 주름 잡았던 혜영, 충성스럽고 열심 있는 보배와 명희, 꿈을 갖고 있는 혜린 자상한 성품을 가진 주연과 민재, 그리고 우리들에게 찬양의 날개를 달아준 축복!


어렵고 힘든 일을 통해서 더 진한 친구 되고 더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된 것 나는 정말 감사한다. 우리 모두가 백석 봉사단 안에서 주의 섬김과 봉사의 마음을 나눈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믿는다. 너희들의 이웃을 향한 사랑이, 그들을 향한 따뜻한 눈빛이, 너희들과 친구 되었던 필리핀과 너희들 앞으로의 인생 속에서 기념비 같이 빛나기를 위해 기도한다.

‘사랑은 모든 것에 대한 이유이다(Love is the reason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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