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한 많은 이웃을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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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한 많은 이웃을 돕고 싶어요”
  • 현승미
  • 승인 2006.03.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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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량으로 독거노인 돕는 최성자 집사

3년 전 1월, 최성자 집사(경기제일교회·김동필목사)는 여느 때처럼 변함없이 새해 새 각오를 다지며 하나님께 지난 삶에 대한 회개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한 해도 하나님 자녀로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가족의 행복은 물론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때 독거노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하나님이 제게 베풀어주신 사랑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시 나눠주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돕는 일도 마음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군요.”

 
하나님 앞에 약속의 기도를 드린 그는 바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역 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는 동사무소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얼마간의 돈을 위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투명성에 ‘현금’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부담스러웠던지 동사무소 측에서 받기를 거부했다. 아니 오히려 돈보다는 물건을 사서 보내달라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해왔다.


“남을 돕는 일인데 웬일인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어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그때 인터넷이 생각났어요. 인터넷으로 독거노인을 돕는 카페나 단체가 있는지 검색을 해봤는데 그때 ‘걸찬’ 사람들을 만나게 됐지요.”


걸찬은 카페명인 ‘걸레와 찬밥’을 줄인 말이다. 하필 걸레와 찬밥이라니? 알고 보니 걸레는 소외되고 멸시받는 것, 찬밥은 잊혀져가는 전통의 것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실 이 카페는 6년 전 시를 연재하던 한 카페지기로부터 시작됐다. 카페지기인 임희구시인은 자신의 시 제목으로 카페 이름을 지었다.


“사실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글 쓰는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벌써 몇 년째 재소자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있어요. 시도 쓰면서 독거노인까지 돕는다니 저하고 꼭 맞는 카페였어요. 이 또한 모두 하나님이 저를 예비해두셨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예요.”


시가 좋아서, 혹은 최성자 집사처럼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서 모인 회원들이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층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를 돕는데 특별한 약속이나 제한이 있을 수 없다. 카페를 통해 독거노인을 찾아갈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면,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저 회원들이 마음으로 보내준 천 원짜리 한 장, 라면 한 박스, 오이 한 박스가 모두 귀하고 감사하다. 때문에 독거노인을 방문한 후 작은 거스름돈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매번 카페 게시판을 이용해 사용내역과 영수증을 공고한다.


여기에 하나 더. 매번 심부름 후기를 남기는 것도 대부분 최성자집사의 몫이다. 심부름 간 독거노인 댁에서 무얼 먹고, 무슨 문제가 있고, 뭐가 부족한지, 또 무슨 도움을 주고 왔는지 사진까지 찍어가며 회원들과 행복한 마음을 공유한다.


내친김에 독거노인을 찾아가는 주일날 늦은 오후 노원구의 한 식료품점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참석한 회원은 최성자집사를 포함해 모두 세 명.


언제 준비했는지 이미 생필품이며 식료품이 차에 한 가득이다. 근처에서 잠깐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다른 두 걸찬 회원은 빠른 발놀림으로 독거노인 한 분을 찾아뵙고 돌아왔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10여명 남짓이지만, 가입된 회원들이 크고 작게 관심과 도움을 주고 있어요. 때문에 저희는 회원들을 대신해 심부름을 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요.”


이들이 정기적으로 돕는 독거노인들은 모두 12명. 대부분 노원마을에 모여 살았는데 정부시책으로 마을이 헐리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뿔뿔이 흩어져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오히려 모여 살 때보다 말동무도 없고, 새로 이사 간 곳은 여기저기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죠. 새 환경에 적응하시는 것도 많이 외롭고 힘들어하시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뿐이지요.”


회원들에게 뿔뿔이 흩어진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주일 저녁 열심히 다녀도 두 세명 정도밖에 방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방문한다고 전화를 드리면 저녁에나 오는 걸 알면서도 아침부터 저희를 기다리세요. 그만큼 사람의 정이 그리우신거죠.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과 함께 가서 밥이라도 한끼씩 먹고 오곤 해요. 할머니는 손녀딸 같은 아이들의 재롱에 즐거워하시고, 아이들에게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행복을 전해주는 것 같아요.”


부족한 살림에 걸찬회원들을 위한 삼겹살과 머슴밥을 내오시는 할머니. 그런 것 사오지 않아도 좋으니 자주자주 들리라며 손을 꼭 쥐시는 할머니를 방문하고 오면 오히려 가슴가득 행복감이 밀려온다는 최성자 집사.


그가 하는 일은 비단 시를 쓰거나 독거노인을 돕는 일만이 아니다. 남편과 함께 야채가게를 하며 두 딸아이를 키우고, 틈 나는대로 재소자들과 편지를 교환하는 가운데에서도 성경읽기를 게을리지 않는다.


“제가 하는 이 모든 행동 가운데 하나님이 함께 하시며, 역사하심을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지금의 제 모습은 사실 성경을 읽으면서 변화됐어요. 처음에 그저 주일예배나 나가는 정도였는데 우연히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받고 성경 읽으면서 달라졌지요.”


지난해에는 믿지 않는 남편까지 변화시키고 송구영신예배까지 함께 참여했다. 남편의 보이지 않는 지지와 도움으로 교회 여선교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벌써 몇 년째 의정부 밀알선교단 수화팀 팀장을 맡아하며 의정부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데, 보잘 것 없고 부족한 저를 들어 쓰시는 위대하고 전능하신 하나님께 그저 감사할 뿐이예요.” 


지난 98년 1월 창립된 의정부 밀알선교단은 교회 출석하기, 재활신앙교육, 수화찬양축제, 콘서트, 장애인공동체(꿈이 있는 땅) 운영 등을 통해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돕고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 더 많은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최성자집사. 그에게서 따뜻한 예수님의 사랑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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