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모임으로 출발, 창립 100주년 맞은 ‘강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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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모임으로 출발, 창립 100주년 맞은 ‘강서제일교회’
  • 현승미
  • 승인 2006.02.2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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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향해 열린 교회로 새역사 세운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오며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강서제일감리교회(담임:류자형목사). 10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답게 한국 최초의 개신교회인 정동감리교회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20여 년 전 아펜젤러 선교사에 의해 최초로 세워진 정동감리교회는 암울했던 일제치하에서도 수많은 민족지도자들을 배출하고, 교세를 확장하며 지교회를 설립해 나갔다.

그 중 정동감리교회가 1905년 염창동에 개척한 염창감리교회가 화곡동에 세운 기도처가 바로 이곳 강서제일교회의 모태이다. 지금의 화곡3동인 박장마을의 윤해태 성도 친정집에서 기도모임으로 시작해 1906년 드디어 예배당을 마련했다. 이렇게 시작된 교회가 오는 3월 16일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화해와 일치의 교회로 거듭나


교회당을 세우기까지 초창기 교역자와 성도들의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었지만, 결코 짧지 않은 100년의 역사동안 교회를 지켜내는 것도 녹록치만은 않았다. 많은 목회자를 배출해내고 전남, 경기, 속초지역에 지교회도 개척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지만, 2000년에 들어서면서 후계자 문제, 감독 배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2년여 간의 공방 가운데 교세는 위축됐고, 동네에서조차 교회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100주년을 불과 몇 년 앞두고 좌초될 위기에 있던 강서제일교회가 지역사회에 함께 하는 교회로 다시 거듭나게 된 것은 2001년 지금의 담임목사인 류자형목사가 부임하게 되면서부터다.

“처음 2년간은 오후예배 때 ‘화해와 일치’에 대한 설교만 했습니다. 아름답지 못한 분쟁으로 많은 성도들이 떠나 간 것은 물론 교회 내 목회자, 교역자, 평신도 할 것 없이 불신감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약화된 교회 쇄신을 위해 격려와 회개, 권면도 하면서 교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기 시작했지요.”

류자형목사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 교회 외부적 요인 역시 내부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교회 밖에서 날아오는 돌멩이나 이물질을 막기 위해 예배당을 둘러싸고 높다랗게 쌓아올린 빨간 벽돌담과 철조망, 초록색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는 교회 정문은 완전히 세계와 단절된 ‘닫힌 교회’의 모습이었다.

▲ 높다랗게 쌓아올린 담을 헐어 지역사회에 개방한 교회전경
“하나님의 교회는 분명 세상과 하나가 돼야 합니다. 특히 지역사회와 함께 하지 못하면 그 교회는 이미 죽은교회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제 목회철학이기도 하지요.”

제일 먼저 교회 담을 허물고 그 곳에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7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주일을 제외하고는 무료로 지역사회에 개방했다.

교회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자기 교인 챙기기에 급급해 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류목사의 마음에 하나님도 감동하셨던 것일까. 구청에서 지역공원과 붙어있던 교회담을 허물자는 제안을 해 왔다. 교회 담을 허무는데 사용되는 2억6천만의 공사비는 물론 오히려 감사하다며 구청에서 감사패까지 증정해줬다.

덕분에 지역에 새로 이사 오는 이들이 부동산, 수퍼 등에서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먼저 찾아와 등록을 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


처음 류목사가 목회생활을 시작했던 곳은 송파지역. 송파지역에 비하면 강서제일교회가 위치해 있는 강서지역은 비교적 경제수준이 낮은 편이다. 지역사회가 어렵고,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았다. 이에 반해 맞벌이 부부가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편하게 쉬거나 공부할 곳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역 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많지 않았다. 

▲ 지역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집
강서제일교회는 교육관을 리모델링 하고, 4년 전 아이들과 부모를 위한 ‘산들 어린이 도서관’을 개관해 1만원의 회비를 받고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2백명의 회원 대부분이 불신자지만, 교회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감동해 하나둘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어린이 도서관에 대한 소문이 금세 지역에 퍼져 지금은 구청에서 1년에 200만원의 도서 구입비까지 보조해주고 있다. 그야말로 자치구와 교회가 하나가 돼서 지역민과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3백50여명 수용공간인 지하식당은 유치원 모임은 물론 결혼식, 노인 파티 장소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만남의 장소가 부족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로뎀 카페’와 세미나실은 물론, 체력단련실과 어린이 놀이터까지 갖추었다.

이 모든 시설을 사용하는데도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고, 정말로 지역주민 ‘누구나’, ‘아무나’에게 모두 개방을 했다. 불신자들에게 전도지를 돌리고 예수복음을 입으로만 전하기보다는 교회시설을 개방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진정한 교회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섬김 실천


이러한 류자형목사의 목회철학은 성도들에게까지 금세 전염됐다. 매주 수요일 전도특공대 모임을 조직한 것이다. 이 모임은 세 분야로 나누어 첫 번째 특공대팀이 지역 병원이나 복지시설들을 돌며 커피와 간식을 돌리고 환자들의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불편이 없나를 살피며 친구 역할을 한다.

이후 두 번째 특공대팀이 본격적으로 주보와 전도지를 전하며 복음의 말씀을 전한다. 예수님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그들의 손을 먼저 잡아주었듯이 이 교회의 교인들도 나의 목적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을 배려함으로써 진정한 주님의 자녀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은 세 번째 전도특공대팀의 역할은 교회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교회 주차장에 주차돼있는 지역 주민들의 차를 세차해 주는 것. 이 일 역시 차에 전도지를 꽂아놓거나 전도를 위한 어떤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그저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지난해는 교인들과 함께 간 인도비전트립 중 세계 어려운 나라의 어린이들과 1:1 결연을 맺어주고, 그들의 후원금으로 어릴 때부터 영적 가르침으로 길러내는 NGO단체인 ‘컴패션’을 만나 새로운 감동을 경험했다.

귀국 후 곧바로 컴패션의 대표인 서정인목사를 초청해 전교인이 함께 해외선교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그 자리에서 곧바로 200쌍이 자매결연을 맺는 역사가 이루어졌다. 교인 한명당 매달 3만5천원의 투자로 미래의 선교사 200명을 키워내는 것이다. ‘비전은 보면서 생기는 것’이라 했던가. 교회학교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다. 10명 중 9명이 컴패션 교사를 꿈꾸게 된 것이다. 이제는 국내 그것도 서울의 한 지역이 하니라 세계로 뻗어나가는 세계와 함께하는 앞서가는 교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뿌리내린 백년, 열매맺는 천년


지역사회와 함께 숨쉬는 교회를 표방하는 만큼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 역시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먼저 3월 12일 주일에는 창립 100주년 축하예배를 조용히 드릴 예정이다. 그저 하나님께 100년 동안 지켜주시고 올바로 이끌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예배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지 사람의 것이 아니기에 평소 사람 이름을 남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던 류목사의 목회철학이 있었기에 교회 100년사조차 편찬하지 않는다.

다만 전임 목회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던 교회입구의 비석을 없애고, 주님 오실 때까지 열매 맺자라는 의미가 담긴 ‘뿌리 내린 백년, 열매 맺는 천년’의 기념비를 제작해 기념예배가 끝난 후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다.

3월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황수관 박사, 김정택 장로, 연기자 이유리, 김문훈 목사 등 연예인이나 지명도 있는 간증인을 섭외해 ‘신앙인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3월 마지막 주일과 4월 첫째주 토요일에는 새생명초청잔치와 이웃사랑 나눔잔치를 개최해 지역 주민들과 열린모임을 갖는다. 교회 잔치로만 끝나는 여느 행사와 달리 주민들에게 베푸는 잔치를 준비한 것.

연초부터 각자가 염두에 두고 기도로 준비했던 전도대상자들을 교회에 초청한다. 나눔잔치에는 20개의 선교회별로 음식장터를 열고 교회가 그동안 지역에서 받아왔던 사랑을 다시 환원하는 자리로 준비했다. 3월 11일 밤 ‘100주년기념 음악의 밤’ 역시 시온, 호산나, 가브리엘, 조이 찬양단 등 강서제일교회 7개 찬양단과 가수들을 초청해 교인과 주민이 함께 공유하는 문화의 장으로 기획됐다.

100주년 기념 행사조차도 교회 홍보나 자랑이 되기보다는 지역 사회를 섬기며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의 친절한 동반자가 되길 꿈꾸는 강서제일교회. 이는 곧 영적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이며, 말씀과 기도의 기본에 서서 하나님의 표적과 이적이 살아있는 교회의 모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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