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은 육신뿐, 마음으로 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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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은 육신뿐, 마음으로 섬깁니다”
  • 김찬현
  • 승인 2006.02.1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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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병 투병 중에도 장애우들을 돕고 있는 아름다운 교회 오수미 성도
▲ 고2때부터 루프스병을 앓고 있는 오수미성도

 

루프스병을 앓고 있는 오수미씨(아름다운 교회)를 만난 것은 저녁해가 어둑어둑 해질 무렵. 일주일에 한번씩 장애우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상록수 모임을 돕고 있다는 그는 강동역 근처의 상록수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파트 1층에 위치한 상록수사무실. 사무실이라고 하지만 일반 가정이 사는 아파트를 임대해 사무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장애우들의 교육활동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20평 남짓한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늘은 장애우들에게 미술치료하는 시간이라 조금 어수선하다며 환하게 웃는 오씨. 웃는 그의 얼굴에서 장애를 겪으면서 가질 법한 어두운 구석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병마

오씨가 앓고 있는 병은 다발성근육무력증이라는 희귀성 질환. 흔히 말하는 루프스병이다. 루프스병은 이 병은 몸을 보호해야 할 항체가 자기 몸에 침투한 병균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세포를 공격해서 생기는 자가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병이다. 최근까지도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성 난치병이다. 이 병을 앓고 난 이후 오씨는 자기 힘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적이 없다. 그의 다리를 전동휠체어가 대신해주고 있는 셈.


“원래 안면도가 고향이었어요. 1987년도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달동안 몸이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었어요. 이상하게 열도 나고 물먹은 솜처럼 몸도 피곤하고 코피도 자주 났었어요. 처음에는 그저 감기겠거니 했엇는데 한 달이 지나면서 갑자기 다리에 힘이 없어지면서 쓰러졌어요.”

시골에서 사는 터라 집과 학교를 오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좀 무리했나보다 싶어 큰 걱정은 하지않고 찾은 병원에서 그가 받아든 병명은 근육무력증. 사실 루프스병이었지만 워낙 희귀한 병이라 병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근육무력증으로 진단을 내릴 정도였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공부하고 미래를 꿈꿀 나이에 그는 집안에서 옴짝달짝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주변에 계신 분들이 제가 아프다니까 하나님을 믿으라며 전도를 하시더라구요. ‘하나님이 다 너를 사랑하셔서 네가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라는 뜻으로 네 육체를 치신 것이니 하나님을 믿으면 네 병을 낫게 해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이 어디 귀에 들어오겠어요? 하나님이 사랑한다면 잘 되게 해야지 왜 멀쩡한 육체에 고통을 주시는지 이해가 안됐죠.”

그의 부모는 그가 쓰러지자마자 고향인 안면도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안면도에서도 외진 곳으로 한참 들어가야하는 곳이라 주위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바깥구경도 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서였다. 서울에 올라와 다시 찾은 병원에서 그는 루프스병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받게됐다.

그는 서울에 올라와 지금 그가 대표로 섬기고 있는 장애인봉사단체인 상록수를 알게 됐다. 움직일 수 없어 집안에서 무료한 삶을 보내던 그에게 상록수모임은 숨통을 틔워줬다.

사실 상록수는 ○○장애인교회에서 만든 장애인 봉사모임이었다. 물론 교회모임이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모인 것은 물론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참석한 상록수 모임에 그는 한번도 빠지지않고 꼬박꼬박 참석했다. 어딜가고 싶어도 자기 혼자 힘으로 이동할 수 없는 것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불편함이다. 오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임을 마치면 차량봉사자들이 집까지 집에 돌아갈 수 있었는데 차로 집에 태워주는 시간은 언제나 수요예배를 마치고 나서였다. 덕분에 오씨는 어쩔 수 없이 수요예배를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예배를 참석하는 내내 그는 불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나이에 불의의 병을 앓아 마음에 원망이 클 수 밖에 없었고 하나님을 믿지는 않았지만 만약 하나님이 있다면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록수’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 상록수 지체들과 즐거운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수미 성도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그에게 찾아왔다.

“처음에는 하나님을 믿겠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그저 예배만 참석했었는데 예배도 드리고 상록수 안에서 저를 섬겨주는 봉사자들의 삶을 보면서 ‘무엇이 저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헌신적으로 만드는 것일까?’하고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그 분들 마음 속에 있는 예수님에 대해서 저도 받아들이게 됐어요. 지금도 처음 예수님을 알게 된 계기는 잊을 수 없어요. 저를 위해 사랑을 베풀어주고 섬겨주던 분들의 나눔이 바로 제가 예수님을 믿게된 이유니까요.”


우리 주변에서 질병 때문에 신앙을 가지게 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씨 역시 겉으로 보기엔 병의 회복을 위해서 신앙을 가지게 된 것처럼 보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씨는 단순히 병의 회복을 맹목적으로 간구하지는 않는다.

“주변에서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면서 ‘니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낫는다는 믿음만 있으면 나을 수 있고 병이 낫지 않는 것은 니 안에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었어요. 하지만 제 안에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하나님의 평안과 사랑을 느끼고 산다면 병이 낫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건강에 대해서 간구하지만 하늘나라에서 자유할 수도 있고 언제나 제 인생 속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행복해요.”  비록 처음에는 하나님을 원망도 했지만 그의 신앙의 본질에는 하나님이라는 것이 분명히 자리잡고 있음이 느껴진다.


장애인의 고통 나누는 장애인

신앙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달은 오씨는 비록 여전히 불편한 몸이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 자신이 장애인이기에 누구보다도 장애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틈틈이 익힌 포토샵과 홈페이지를 만드는 달란트로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그린드림’이라는 인터넷쇼핑몰(www.greendream.co.kr)을 시작한 것.

“일단 사회에서 장애인들에게 최대한 배려해준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동정의 눈길이지 진정한 배려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비관해 세상과 동떨어져 은둔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런 안타까움에 그는 그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 직원들을 같은 장애인들로 뽑고 있다.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회 풍조에 대해 과감하게 반기를 든 것.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교육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장애인들이 한 건물 안에서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복지센터의 건립하겠다는 큰 포부를 밝힌다. 그가 희망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았듯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똑같은 희망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 그의 또 다른 소망인 셈이다.

“꿈을 가질 수 있다면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라며 희망을 가진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으로 오늘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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