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레프트, 기독인의 정치참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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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레프트, 기독인의 정치참여 어디까지…
  • 김찬현
  • 승인 2006.01.25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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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8주년 특집, 한국교회 정치참여 긍정적 답변 우세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독교인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에 참여해야만 한다. 그러나 다양한 사회참여와는 달리 정치참여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시각은 아직도 논란의 여지를 주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서라도 정치라는 것은 우리 사회 그리고 기독교인들에게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날씨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듯 정치는 우리의 삶에 크고작은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이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듯 자신이 속한 정치 구조와 과정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며 참여하기를 원한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직장인 모임은 물론 그 밖의 각종 모임에서도 주고받는 대화 속에 적잖게 정치인과 정치 상황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정치 이야기의 내용들은 거의 비리·부정·부패·불신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국민적 정서가 기독교인에게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인들에게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의 정치참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참여해서는 안된다’라는 의견은 단 9.2%에 불과했으며,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대답 역시 4.0%로 조사됐다.


또 기윤실과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한국기독교인의 정치의식조사연구’에서는 기독교인의 76.2%가 정치참여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에 긍정적인 견해는 남성(41.8%)이 여성(36.1%)보다 우세했다. 또 나이별로는 20대가 47.0%, 30대가 41.8%로 조사돼 다른 연령층보다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또 직업별로 분류해보면 교역자(43.8%), 대학원생과 대학생이 43.5%, 회사원(39.2%) 순으로 정치참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결과에서 역시나 정치라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 기독교가 참여함으로써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정치참여를 해야한다 하지말아야한다는 식의 논란이라기 보다는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현실정치 참여냐 아니면 선거참여와 같은 간접적인 참여냐에 대한 논란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한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불러 세우실 때에도 아브라함 개인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세울 큰 나라에 대해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천하 만민은 그를 인하여 복을 받게 될 것이 아니냐”는 창세기 18장 19절 말씀이나 예수님이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게 가르쳐주신 기도문에서도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가 들어있다. 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한 빛과 소금이 아닌 ‘세상 속’이라는 전제조건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현실을 살고있는 크리스천 역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인의 사회참여를 주장하는 미국 복음주의학자 로날드 사이더박사는 지난해 한국 강연에서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를 기본적으로 찬성하며 역사적으로 정치를 통해 노예제 폐지와 민주주의 성장 등 기독교의 정치참여를 통해 세상 속에서 성경적 가치기준에도 부합하는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는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라면서 기독교인들이 정치 참여를 회의적으로 보거나 종교적 신념과 분리해서 보기보다 정치 참여를 통해 사회를 올바르게 바꿔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서한국 최은상 사무처장 역시 “우리나라는 현재 극명한 좌우대립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독교적 가치에 입각한 건강한 정치참여가 절실해지고 있다”면서 기독교인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필요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목회일선에 있는 많은 목회자들과 지도자들은 기독교인이 정치를 하는 것이 기독교의 정치참여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백종국교수는 “기독 정당을 통한 기독교의 정치참여는 사회적으로 종교 갈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종교보다 기독교 정신을 부각시킨 단체를 통해 사회정의와 복지를 구현하도록 설득하고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기독교의 정치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밝힌 로날드 사이더박사 역시 기독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히려 기독교정당을 만드는 대신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관점을 길러줄 수 있는 토론의 장을 열어야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이런 반응은 기독교의 정치참여는 당연한 것이지만 정치세력화를 이루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즉, 기독교인이 정치참여를 통해 세상에 이루어야하는 것이 세상 속에서의 하나님나라 구현이지 일반 정당들이 외치는 정치적 강령을 외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신학자들은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의 상황 속에서 기독교인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바로 서로 양보하고 의견 차이를 시너지로 승화시켜나가는 사회통합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유석성 서울신대 교수는 “기독교는 어떤 정당과 정파에 이용될 수 있는 정치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예언자적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라이트다, 레프트’다라는 이념적 논쟁은 많은 제한성을 갖고 있기때문에 기독교는 다른 차원의 운동을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기독인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로 세상 속에서 성육신돼 하나님의 의와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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