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일치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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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일치를 향하여”
  • 승인 2001.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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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대립과 갈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는 것 같다.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첨예화되기 시작한 여야간의 대치 상황은 잠시도 그칠 줄 모르고 김대중 정부 말기에 이른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와 같은 국가 대사는 물론이고 정부 인사나 정책 등 어느 것 하나 여야가 서로 마음을 묶어 공동 대처하면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형편이다. 정치인들이 오히려 극한 대립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이 이 모양이니 노사간, 지역간, 남북간, 사제간, 이웃간, 그리고 심지어는 부부간, 부자간까지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대립과 갈등의 문화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사회학자요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엘빈 토플러는 21세기를 가리켜 ‘화해와 공존의 시대’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구시대의 냉전구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을 일삼고 있으니 이 어찌 시대를 역행하는 부끄러운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의 이러한 극심한 분열현상은 우리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할 때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남북분단도 모자라서 동서로 갈라지고 이제는 노사와 계층, 세대가 대립하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사회분열 현상을 어디서부터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지 막막하고 답답할 뿐이다. 이러한 때 교회라도 정신을 차리고 이 땅의 분열의 악령을 예수의 이름으로 몰아내고 나라와 민족을 하나되게 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데 교회조차 분열되어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가복음 9장에 보면,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변화산에 올라가셨을 때 산 아래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진 장면이 나온다. 한 아버지가 귀신들린 아들을 데리고 예수를 찾아왔는데 남아 있던 제자들이 그 아이를 능히 고치지 못하므로 서기관들과 큰 변론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자 그 광경을 목격한 예수께서는 “믿음이 없는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얼마나 너희를 참으리요”(막 9:19)라고 꾸짖으셨다. 주님께서는 이미 제자들에게 귀신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셨건만(막 6:7) 제자들은 그 권세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이 말씀은 오늘날 한국 교회에 내리시는 주님의 책망이 아닌가 싶다. 예수께서는 세상의 소금과 빛의 공동체로 교회를 세워주셨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는 그러한 주님의 기대와는 달리 심한 무기력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귀신들린 아이 하나도 고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의 솔직한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고 희망의 빛을 던져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가 먼저 연합하고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화목제물이 되사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시고 그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다(고후 5:18).

이러한 사명을 감당하게 하기 위하여 주님께서는 고난 당하시기 전 제자들을 위한 마지막 기도에서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 17:21)라고 간절히 기도하셨다. 세상을 화목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 곧 이 땅의 교회가 먼저 하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위기는 어려운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위기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을 일삼는 데 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용서와 화해를 지향해 간다면 우리 민족에게는 어떠한 위기도 능히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 IMF 한파와 같은 극한 어려움에서도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단합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가지 않았던가.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이제는 교회가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가 망국적인 분열상을 극복하고 화해와 일치를 통해 민족번영의 길로 들어서도록 세상을 향해 화해의 복음을 선포해야만 한다. 그 화해의 복음은 입으로만 외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먼저 연합하고 하나되는 실천을 통하여 온전히 증거될 수 있을 것이다.

전병금 (강남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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