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교정교화로 `재소자` 고정관념 깨기
상태바
웰빙 교정교화로 `재소자` 고정관념 깨기
  • 송영락
  • 승인 2005.11.25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원구치소 김태희소장의 LRP운동



 
웰빙문화와 교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현대감각에 맞는 구치소가 있다. 인생이 끝났다며 삶의 희망을 포기한 재소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작은 노력을 실천하고 있었다.

구치소가 바뀌어야 재소자의 삶이 바뀐다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부모와 같이 친구와 같이 재소자들의 아프고 슬픈 사연을 보듬는 인물이 있다. 희망 엮은이 수원구치소 김태희소장. 그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삶에 녹아 있었다. 소금이 물에 녹아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짠맛을 내는 것처럼 김태희소장의 그리스도의 사랑은 재소자의 사랑으로 녹아 있었다.

사실 김태희소장은 부산구치소 소장과 현재 수원구치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L․ R․ P운동을 펼쳐 재소자 교화에 있어서 화제를 모았었다. L․ R․ P운동이란 사랑(Love), 존중(Respect), 열정(Passion)의 영문 첫 글자를 인용한 것으로, 그 배경에는 인간존중,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 적극적 삶이 담겨져 있다. 사랑과 존경과 열정이 어우러지면 수용자들의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김소장은 확신하고 있었다.

“밖에 있는 분들이 양복을 입거나 작업복을 입었다면 단지 이 안에 있는 재소자들은 수의를 입고 있지요. 그것만 다를 뿐이지 흉악범을 제하고는 일반 과실이나 기타 생계형 범죄로 들어오신 재소자들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재소자를 가족같이’라는 교정행정 지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보안시설인 철격자같은 이런 경직된 모습보다는 그림과 꽃과 아름다운 음악 등으로 분위기를 바꿔서 재소자들의 심성을 순화시키고 앞으로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데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마음이 바뀌는 것이다. 통제와 감시로는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없다. 비록 오랜 시간과 인내가 따르겠지만 이것만이 처절하게 부서진 인생을 치유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장은 성경의 가르침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랑을 재소자의 치유에 이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L․ R․ P운동이었고 문화를 통한 교정교화였다.

수원구치소는 구치소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많다. 갤러리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문화공간 갤러리’, 수용자의 심적인 안정을 기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도록 누구에게나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사연을 담은 글들을 모아 ‘인생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를 발간한 곳, 재소자들이 이 책을 읽고 독서 감상회를 발표한 곳이다.

“이곳은 많은 재소자들이 통행을 하기 때문에 이곳에 아름다운 그림을 게시해서 아름다운 문화공간을 만들어주면 재소자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서 만들게 됐습니다. 조선대 미대 정재식교수가 많은 그림들을 수용자들의 정서순화와 심성순화를 위해서 기증해 주셨구요. 재소자들이 구치소에 들어오게 되면 몸과 마음이 아주 삭막해지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잠시나마 과거의 고통을 잊고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신앙의 이야기를 물을 때마다 재소자의 교정교화를 먼저 이야기하는 김소장.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 총리에까지 오른 다니엘처럼 김소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철저히 감당하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했다. 하나님은 기독교인들에게 세상을 맡기고 관리하고 다스리라고 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 수원구치소의 맏형으로 성실하게 살아갈 뿐이라고.

“사실은 저도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온 하나님의 종입니다. 하나님의 종으로써 맡은 교정의 소임을 다하고자 미력하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님과 함께 동네에 있던 작은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제가 60년도에 초등학교 시절입니다. 어머님이 교회를 다니셨기 때문에 어머님의 손을 잡고 따라다녔어요. 그러면서 하나님과 교회에 대해서 가까이 알게 됐습니다. 부모님의 기도가 신앙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고사리 손을 잡고 교회에 다녔던 어머니의 신앙을 다 지키지 못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하는 김소장. 마음만은 아니지만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머니의 소중한 신앙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김소장의 마음은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저희 업무특성상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어떤 사건 사례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는 성경을 보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함께 하면서 위험과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붙잡고 있는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5:15~16입니다. 사람이 등불을 켜서 발아래 두지 않고 등경에 두는 것처럼 구치소에 머물러 있는 모든 사람들을 밝게 비취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신앙을 바탕으로 김소장은 근무하는 곳마다 ‘교정은 등불처럼, 수용자를 가족과 같이’라는 구치소의 행정지표를 만들었다. 김소장은 항상 이 안에 재소자들의 등불이 되어 주어야 되고 재소자들을 내 가족과 같이 아끼고 사랑해 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 격리라든가 일상적인 의식주 해결하는 교정시설은 탈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작년부터 추진해 온 MWP운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음악(Fine Classical Music), 아름다운 글(Wonderful Writing), 아름다운 그림(Wonderful Painting), 이 세 가지를 MWP라고 하는데요. 이 세 가지의 조화를 통해 재소자들의 일상생활에 도입시킴으로써 뭔가 마음의 변화를 일으켜서 거듭날 수 있는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열심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소자들의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종교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독교라든가 천주교, 불교도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게 기독교가 아닌가 합니다. 심성순화 내지는 재소자들이 그동안 들어오기 전에는 많은 잘못을 했지만 재소자들이 이곳에 들어와서는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기독교 신앙심이 충만할 때 변화가 오기 때문입니다.”



김소장은 기독교분과위원회와 함께 아름다운 글 모음집, 제목이 ‘인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하고 독후감상문 대회를 가졌다. 구치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을 김소장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라는 제목은 이곳에 수용됐다고 해서 그분 그

 

분들의 인생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 아직도 현쟁진행형이니까 용기를 잃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그러한 힘을 이곳에서 길러달라는 차원에서 그 책을 출간하게 된 것입니다.”

소금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이 삶의 현장 안에서 녹아지는 것에 애쓰는 김소장은 세상 가운데서 그리스도를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평범한 기독교인들에게 많은 의미를 남겼다. 교회에서만 기도하고 삶의 현장에서는 전혀 소금의 역할을 못하는 오늘날의 ‘실제적 무신론자’에게 강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