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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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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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여호수아<9> 운명이 뒤바뀐 두 가정

권혁승교수<서울신대 구약학>

여리고성 점령과 관련하여 운명이 뒤바뀐 두 가정이 있었다. 라합과 아간의 가정이다. 여리고성의 기생이었던 라합은 온 가족이 구원을 받았고, 승전의 기쁨을 나눌 아간은 그의 가족과 함께 돌에 맞아 죽임을 당했다.

라합과 그의 가족들이 멸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정탐꾼을 숨겨준 공로 때문이었다. 그녀가 동족을 배반하면서까지 그들을 숨겨준 것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진실한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소문을 통해 들은 것이지만, 라합은 하나님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출애굽 시키셨을 뿐만 아니라 광야생활을 인도하시며 요단강 건너편 지역을 점령케 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이셨다(수 12:10-11). 라합은 여리고성도 곧 하나님에 의해 점령당할 것을 미리 내다보면서 과감하게 하나님 편을 선택했다. 

라합의 운명과는 정반대로 아간은 하나님 백성의 거룩한 대열에서 제외된 인물이 됐다. 아간이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것은 여리고성 점령 과정에서 전리품 일부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물건이 귀중품이기 때문에 혹독한 처벌을 받은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경홀히 여겼기 때문이다. 여호수아는 여리고성 점령을 앞두고 그 성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물건은 모두 여호와께 바쳐야 할 것을 강조했다(수 6:17). 그 명령을 어긴 것이다.

여기서 ‘여호와께 바쳐야 할 물건’, ‘헤렘’은 여호와 전쟁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자에게는 언제나 전리품이 주어지는데, ‘헤렘’은 여호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의미했다. 우리말 성경에서 ‘여호와께 바칠 물건’이라고 번역한 것이 그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헤렘’을 철저하게 불태워 없애버리라고 명령하신다. 완전히 불태워 없앰으로써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제물을 삼으라는 것이다. 영어성경에서 ‘헤렘’을 ‘total destruction’으로 번역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여리고성에서 얻은 ‘헤렘’은 두 가지 방법으로 처리됐다. 사람과 가축을 비롯해 모든 물건은 다 불태워야 했고, 은금과 동철기구는 여호와의 집 곳간에 들이도록 했다(수 6:19). 당시 사회에서 대부분의 소유는 이방신들을 섬기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런 물건들을 지니고 살면 이방신들에게 물들 수 있었다. 그것을 미리 차단시키는 방법이 곧 완전하게 소멸시키는 것이었다. 아간이 하나님의 ‘헤렘’ 중 일부를 훔친 것은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전체 이스라엘을 위해서는 도려내야만 했던 아픈 부분이었다.

여리고성 점령 과정에서 운명이 뒤바뀐 사건과 관련하여 주목해야할 점은 한 개인의 행동이 전체 가족에게 중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점이다. 공동체 안에서 개인은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개인이다. 전체의 운명을 바꾼 한 개인의 행동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적이었다.

비록 기생 신분의 이방인이었지만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었던 라합은 하나님 백성의 거룩한 대열에 동참할 수가 있었다. 아간은 정반대의 경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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