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씨 속에 하나님 사랑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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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씨 속에 하나님 사랑 ‘한 가득’
  • 김찬현
  • 승인 2005.10.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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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마비 후 11년째 성경필사하는 93세 차 기 범 할아버지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빨라지는 속도만큼이나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던 것들이 사라져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손으로 뭔가 쓰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절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레 써내려가던 것이 이제는 이메일로 순식간에 전해지는 세상이 되버렸다. 얼핏보면 빠르고 좋은 세상이다 싶지만 한글자 한글자에 온 정성을 쏟아내던 우리의 옛 모습을 떠올려보면 꼭 빠르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듯하다.

올해 93세의 차기범권사(천광교회)는 올해로 11년째 하루도 거르지않고 성경을 쓰고 있다. 그가 성경필사로 사용한 분량만 해도 대학노트로 100여권을 훨씬 넘겼을 정도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성경조차도 읽지 못하는 요즘 크리스천의 삶을 되돌아볼 때 아흔을 넘긴 차권사의 10년에 걸친 성경필사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그는 11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손과 오른발 등 몸의 반이 마비된 상태로 자신의 몸도 겨우 가누는 그의 건강을 생각하면 오히려 숙연해지게 만든다.


“몸이 아파 숨이 차다가도 성경을 쓰려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이내 가쁜 숨이 진정이 되곤합니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치고 성경을 쓸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느낍니다. 그래서 성경을 쓰는 것을 더 멈출 수 없습니다."


차권사가 손으로 성경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차권사는 성경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오직 하나님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제가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은 60세되던 해였습니다.“


그가 쉰이라는 늦은 나이에 본 아들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내 아들은 차권사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때가 1972년 1월 1일. 그 날이후부터 차권사의 삶은 변하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기도와 십일조 등 철저하게 신앙을 고집하는 삶을 살았고 전도도 다른 어떤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많이 전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복덕방을 하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되고 사람들에게 복비를 받지 않는다면 전도가 훨씬 쉬워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가 소개비보다도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데 더 관심을 두고 열심을 내자 이내 그의 소문 삽시간에 퍼졌다. 소개비를 받지 않고 좋은 집을 찾아준다는 소문은 이내 주변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그럴수록 그가 만나게 되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만 갔다. 그의 이런 노력 때문에 그는 많은 사람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복음에 열심을 내던 그는 1994년 교회 부흥회가 있던 어느날, 함께 부흥회에 참석하기로 한 한사람을 만나러 나섰다가 돌아오는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때가 교회부흥회 기간이었어요. 전도하기 위해 계속 공들였던 사람을 교회 부흥회에 데려가기 위해 찾아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없더군요. 그래도 예배에 늦을까봐 빨리 교회로 걸음을 재촉했죠. 교회로 올라오는 오르막길을 너무 빨리 걸었나봅니다. 그때 뇌출혈로 쓰러진거지요”


병원에서는 뇌출혈로 판정했고 그 이후로 그는 다시 혼자의 힘으로 일어날 수 없었고 오른손과 오른발을 포함해 몸의 오른쪽에 마비가 찾아왔다. 그것이 긴 투병생활의 시작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낙심에 빠졌을만도 할 법한데 차권사는 이내 힘을 되찾았다. 갑자기 쓰러진 상태라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지만 `재활운동을 하라`라는 의사의 권유에 그는 그동안 틈틈히 해오던 성경필사를 기억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기적 같았지요. 사실 몸의 반에 마비가 오고나서는 주로 쓰던 오른손으로는 밥도 못 먹었거든요. 그런데 성경을 쓰려고 펜을 잡고 있으면 거짓말처럼 손에 힘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 그는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성경필사로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시간을 빼고는 온틍 성경쓰기에 그의 관심을 쏟아붇고 있는 것이다. “몸이 아프고 힘들다가도 성경을 쓰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성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나빠질법한데 오히려 눈이 더 밝아진 것 같습니다. 어쩔 때는 하루에 8시간도 넘게 성경필사를 하기도 하거든요"라고 말하며 차권사는 환한 웃음을 짓는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성경을 쓰는 것은 그에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비록 한손이 마비가 되 양손으로 펜을 잡고 쓰느라 노트에는 삐뚤삐뚤 쓰여졌지만 그 한자 한자에는 그의 모든 힘과 정성이 들어가 있고 그 한자 한자를 채워갈 때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한결같이 성경을 써온 차권사가 쓴 분량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진다. 차권사는 지금 쓰는 부분은 에스겔서 말씀이다. "신약은 5번 썼고 구약 역시 5번째로 에스겔서 부분을 쓰고 있습니다" 그가 쓴 노트는 이미 대학노트로 100권을 넘어섰고 방 한쪽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수많은 노트들은 11년에 걸친 그의 정성을 보여주는 훈장처럼 보인다.


“몸이 이렇게 되고 난 뒤론 거동할 수가 없어서 지난 11년 동안 한번도 교회에 가지 못했습니다. 교회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마음을 그저 성경을 쓰는 것으로 위안 삼아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차권사. 보통사람들은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모나기 마련인데 그의 말은 한결같이 그가 하나님 안에서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성경을 쓰는 동안 그의 눈과 귀뿐만 아니라 그의 영혼도 맑아진 것이다. 건강이 좋아지면 뭐가제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지체없이 교회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손바닥이 터지도록 박수치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다고 말하는 차기범권사. 다시 성경한자 한자 정성스레 쓰기 위해 다른 한손으로는 성경위의 한글자 한갈자를 짚어가는 그의 떨리는 손 너머로 감동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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