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계시와 인간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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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계시와 인간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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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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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핵집목사<열림교회>

성경 안에는 인간의 모든 삶이 함축되어 있다. 모든 삶이라는 말은 우리가 겪는 선하고 악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성경에 인간들의 가장 선한 기록들만 있다면 성경이 오랫동안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필자는 성경을 읽으면서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왜 성경에는 전쟁이 기록되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 기록되어 있을까? 성스러운 하나님의 말씀에는 성스러운 것이 담겨 있어야지! 강간하는 이야기부터 남의 것을 빼앗는 이야기까지 오늘 우리 사회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런 이야기들은 빼버렸으면 좋았으련만......

신학의 거장 칼 바르트(K. Barth)는 “성경의 본질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말씀은 불가피하게 인간적 도구를 통해 전달되었고 성경에는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적인 증언들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성경에는 인간적인 추한 것들이 들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했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M. Luther)는 성경은 아기 예수가 누워있는 구유로 비유했다. 아기 예수가 누워있는 구유에는 아기 예수만이 아니라 지푸라기도 있다고 했다. 루터는 그 지푸라기로 야고보서를 이야기했다. 야고보서가 행동하는 믿음을 말했을 때 ‘오직 믿음으로만’을 외쳤던 루터의 눈에는 성경 가운데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겼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신학을 하면서 왜 성경 안에 인간적인 추한 것들이 기록되었고 그것이 왜 성경을 더 빛나게 하는지 희미하게 알게 됐다.

오래 전에 통일의 선구자요 통일을 위해 꿈꾸었던 문익환 목사님으로부터 시편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첫 강의 시간에 던진 한 마디 말씀이 나의 성경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었다. 문 목사님은 ‘성경은 인간들의 편견들이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 나간 하나님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풀이해 주셨다. 예를 들면 성경에는 살인하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이게 인간들의 편견이란다. 하나님이 사람을 죽이고 피흘리는 것을 좋아하시겠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사람을 죽이니까 살인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시가 주어진다. 하나님의 절대 명령, 하나님의 계시 앞에서 인간들의 편견이 무너진다.

사람을 죽일 수 없으니까 그 다음에는 사람을 노예로 삼는다. 하나님이 사람을 노예로 삼는 것을 묵인하시나 그게 아니란다. 인간을 노예로 삼고 학대하는 것은 인간들의 편견이란다. 그래서 하나님은 또다시 계시를 주신다. 노예를 풀어주고 해방시키라는 것이다.

성경에는 이렇게 끊임없는 인간의 욕심에서 나오는 편견들이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하나하나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계시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보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이 한 말씀에서 성경을 읽는 눈을 다시 뜨게 됐다.

루터는 성경의 본질은 구유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다. 구유 안에 있는 지푸라기 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보아야 한다고 했다. 구유 안에 있는 지푸라기를 붙잡고 구유 안에 있는 아기 예수를 보지 못한다면 성경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때부터 성경 안에 있는 인간들의 편견들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성경 안에 있는 모든 추한 모습들이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성경은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나의 모습이 투영된 것으로 느껴졌다. 필자는 오늘도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찾는다. 그 계시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나의 욕심을 제거하고 하나님의 계시로 채운다.

성경 속에 끊임없이 인간들의 편견들이 파편이 되듯 오늘도 나는 나의 욕심과 추한 모습들이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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