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슬란초등학교 개교식에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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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슬란초등학교 개교식에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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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2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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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목사<서초교회. 에큐메니칼연구소장>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04년 9월에 러시아 연방 북(北) 오세치아 공화국 베슬란에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일어나서 어린이 1백60여 명을 포함한 3백30여 명이 희생되는 일이 일어나 전 세계를 경악케 한 바 있다.


그 일 후 1년이 지나서 이제 베슬란제일초등학교가 다시 문을 열게 된다. 오는 9월 1일, 베슬란초등학교의 개교식은 그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테러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하는 러시아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의 개교식이 될 것이다. 테러와 보복 전쟁으로 가지 않고, 고통 중에 인내해 온 그 민족을 생각할 때 온 세계의 많은 나라와 민족들은 그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와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야만 할 것이다.

필자는 베슬란 시장 블라디미르 하도프의 초청으로 베슬란초등학교 개교식에 참석하게 된다. 에큐메니칼 관계를 추구하는 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교회 성도들을 대신해 베슬란의 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그때 베슬란제일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수없이 많은 꽃들과 물병들과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으로 가득했습니다. 폭탄이 터진 강당에 들어서고 아이들의 교실 벽마다 수없이 박혀있는 예리한 탄흔(彈痕)을 보면서 저는 정신을 잃는 듯했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저는 자신도 모르게 짐승처럼 울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때까지 저는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알바니아 민족을 사랑했고, 특히 알바니아 민족 중에 있는 저의 형과 친구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교실에서 그렇게 고통스럽게 울고 난 후에, 저는 여러분들과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를 맺은 듯 했습니다. 여러분들만이 아니라 온 세상 억울한 고통을 당한 많은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깊은 관계를 맺은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베슬란에서 다시 새롭게 태어났다.” 하나님께서는 저로 하여금 “이 고통이 여러분들만의 고통으로 남겨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1년 전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장차 다가올 평화와 고요함 속에서도 그 폭탄의 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분노와 보복과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아이들의 미래와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인간의 말로는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한국 땅에도 여러분들의 슬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 중에 누군가는 이렇게 여러분들을 찾아와서 이렇게 서 있습니다.

이렇게 찾아오고 서로 위로하는 동안에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위로와 평화가 여러분들 모두 위에 쏟아져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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