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에게 받은 사랑 아이 입양해서 돌려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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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에게 받은 사랑 아이 입양해서 돌려줄래요”
  • 현승미
  • 승인 2005.07.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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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이한 진흥문화 ‘해외 입양인 모국방문대회’
 

“여기 계신 분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어떻게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직접 와서 기도의 힘을 느꼈고 그 기도가 다 응답됐다고 믿게 됐습니다.”

지난 23일, 2주간의 ‘2005 해외 입양인 초청 모국 방문대회’를 마치고 다함께 모인 자리에서 한국인 사내아이를 입양한 로빈은 입양인 가족 한명 한명에게 관심 가져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제 겨우 4살인 아이가 오늘을 다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사진과 몇 가지 기념할 만한 물건들만으로도 평생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 깊은 말을 남겼다.

스스로 입양을 선택했고, 친자식 못지않게 그 아이를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권의 부모와 자식 간에 분명 알지 못하는 벽이 존재했을 것이다. 양부모가 주는 사랑에 비해 아이는 여전히 부족한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조성되는 갈등과 어려움 가운데에서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시키는 나라 사람들에 대한 불신도 싹텄던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캐나다의 입양가족들이 초청됐다. 한국을 알리고자 계획된 취지에 따라 2주간의 일정이 꽉꽉 채워졌다. 창덕궁, 인사동 전통의 거리, 한국요리실습, 한국전통문화체험, 설악산부터 고성 통일전망대, 석굴암, 불국사, 경주 박물관, 제주도까지 짧은 일정동안 한국의 명소들을 돌아보게 됐다.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산업체도 방문했다.  


사랑의 교회 이웃사랑나눔선교회 박영진회장은 경희대 용인캠퍼스에 모인 입양인 가족들에게 태권도를 교육해주고, 한 명 한 명에게 태권도복을 선물했다. 미아의 엄마 캐롤라인은 우리나라의 고유악기인 장고를 배우는 데 특히 열심이었다.

주일에는 사랑의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또래 유치부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이 전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아이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하나됨을 경험하고 그들의 기도에 대해 감사하게 됐다.

지금까지 진흥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던 홈스테이는 올해 한카문화교류협회 회원들이 맡았다. 홈스테이를 할 수 있는 가정의 첫째 조건은 입양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래아이가 있을 것.

이 가운데 특별한 만남도 있었다. 입양인 가족 킴벌리와 홈스테이 한국인 가족 김영희권사의 딸 미선이는 첫 만남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너무나 닮은 얼굴과 의상까지 비슷해서 금세 의남매를 맺고 친 자매 이상으로 친해졌다. 

이날 김영희권사(사랑의교회)의 짧은 간증도 이어졌다. 미선이와 그의 언니도 역시 입양인이라는 것.

“누구보다 큰 사랑으로 키웠지만, 입양됐다는 사실에 미선이가 느낄지 모르는 그 감정들을 이번 입양인대회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김권사의 바람 덕분이었을까 정말 친자매 같은 킴벌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만남 가운데 특히 입양인 가족들은 자신들 혹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 아이의 위탁모를 만난 것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낸 대한사회복지회를 방문해 17년 전 자신의 딸을 잘 보호해 주셨던 위탁부모를 만난 스티븐은 정말 잊지 못한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고백했다.

2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입양 아이들은 그 사이 훌쩍 자라 있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로버트는 자신뿐만 아니라 양부모와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이제 그는 모두에게 감사하고 있다. 자신을 맡아준 한국의 위탁부모, 지금의 양부모 그리고 자신을 초대해준 진흥문화 박경진회장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로버트는 “나의 모국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나도 우리 양부모님처럼 아이를 입양해 키우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몇 년 후쯤 로버트의 3대 입양가족이 한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니고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결코 다르지 않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도 역시 비슷한 생각을 나눈다.

박경진회장은 “이런 입양인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도 입양인 양부모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몇시간뒤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박회장은 모든 입양인 가족에게 수저세트를 선물했다. 입양인 가족들은 가족들의 사진이 담긴 앨범과 캐나다를 대표하는 선물을 준비했다. 입양인 대회라는 짧은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되는 진정한 한 가족의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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